'야, 그게 종북이야!' 전경련이 출연한 재단법인인 자유경제원은 이달 17일 이런 제목을 단 칼럼을 내놓았다. 자유경제원 자유사회실장인 조우현씨가 썼다. 그는 "이미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지만, 잔당이 건재하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남파공작원 출신으로 알려진 김동식씨다. 김동식씨가 "북한은 통진당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공작을 전개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우현씨는 "통진당 잔당은 미국을 싫어하고, 중국에 호의적이다. 군대를 우스운 집단으로 폄훼한다. 망국으로 가는 길을 정의인 양 포장한다"고 지적했다.
'부여 무장간첩 사건'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에 터졌다. 조우현씨가 인용한 김동식씨는 이 사건을 일으킨 무장간첩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총격전이 있었고, 경찰 2명이 숨졌다. 검찰은 김동식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그가 만났다고 얘기한 야당 인사만 국가정보원 전신인 안기부에 끌려갔다. 법원은 야당 인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동식씨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현재 국정원 산하기구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북은 위키백과를 인용하면 북한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행위다. 네이버 기관ㆍ단체사전은 통진당을 '진보 노선으로 사회주의 맥을 이어 온 좌파 정당이었으나,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고 요약하고 있다. 당시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1명만 해산에 반대했다.
다시 정리하자. 전경련과 자유경제원은 이 정부가 들어서기 전이나 후나, 심지어 대통령 탄핵 뒤에도 종북 저격수로 나서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은 물론 일반인, 학생을 모아 교육했고, 지금도 여론을 움직이느라 바쁘다. 종북 덕에 국회 의석 수를 가장 많이 늘린 정당을 꼽자면 단연 새누리당 후신인 자유한국당일 것이다. 전경련과 자유경제원은 한국당 싱크탱크 같다. 물론 공식적인 한국당 싱크탱크는 여의도연구원이다.
경제단체도 정책적인 이해에 따라 특정 정파를 지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래도 상식을 넘어서는 것은 곤란하다. 종북 못지않게 비난해야 할 일이다. 물론 상식은 시간이나 장소에 따라 바뀐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읽은 과거 부족사회 얘기다. 첫째와 둘째 아이 터울이 한두 살밖에 안 나면 늦게 태어난 아이는 죽였다. 먹을 게 부족해 두 아이를 모두 살릴 수는 없었다. 당시 이런 일로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미수에만 그쳐도 큰 범죄다.
전경련과 자유경제원은 현재 눈높이로 상식에 어긋나 보인다. 안보 걱정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경유착은 아니다. 자유경제원 최종부 연구원은 얼마 전 '정경유착이냐 정경협력이냐'라는 칼럼을 썼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선진국 발판을 마련했다. 정경유착이 아닌 정경협력이다. 검정 교과서가 부정적인 묘사에 치우쳐왔다. 정치와 경제는 연결돼야 한다. 협력해야 한다. 지금 같은 사회 분위기라면 한국은 끝나버릴지 모른다."
아직 안심할 수 있다. 4대 재벌 삼성ㆍ현대차ㆍSKㆍLG그룹이 전경련에서 모두 탈퇴했다. 우리나라보다 전경련이 먼저 끝날 처지에 몰렸다. 정경협력이 아니라 정경유착했고, 국정농단 공범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퇴직금 20억원을 받고 물러난다고 한다. 그는 자유경제원 비상임이사로도 일한다. 그런데 전경련 개혁 얘기에 자유경제원은 빠져 있다. 정경유착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재벌이 기획하고 정치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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