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이 정지된 채 취임 4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끌어온 우리의 외교·안보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래 늘 내치에는 문제가 있어도 외교만은 잘한다는 식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비선실세 파문이 일고 탄핵정국으로 들어서면서 그 평가가 달라졌다. 순방외교의 경우 겉치레에만 의존해 이번에 드러난 속살은 '퇴보'였다. 보수정부 9년 동안 철저한 외교 무능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 입지는 계속 좁아진 것이다.
◆ 비선실세 파문으로 '퇴보' 외교 드러나
지난 18일 독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외무부 장관은 중국의 보복성 조처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고, 왕이 중극 외교부장은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며 반대 뜻을 다시 밝혔다. 같은 날 한-러 회담에서 러시아 쪽은 다음달 한-미 연합훈련 때 미국 전략자산(무기) 투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논란 끝에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로 일본과 관계도 회복이 기대됐지만 '졸속협상'이라는 국민의 분노를 사야했고 소녀상과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과는 외교관계가 단절되다시피 한 상태다.
최근의 한-일 회담에서는 소녀상 문제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중-일 회담에서는 센카쿠열도 문제가 부각됐다. 박근혜정부 4년 외교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반적으로 신뢰를 중시하는 외교가에서 우리의 입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비선실세에 의한 외교를 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진보정부 10년간의 남북관계 해빙 무드는 물거품이 돼 한국은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쥐기는 커녕 소외돼 버렸다. 최근 잇따른 주변국과의 회담에서 한국은 '왕따'를 벗어나지 못했다.
◆ 주변 강대국의 샌드위치 신세 전락...남북관계마저도 폐쇄
남북 간 최후의 보류였던 개성공단 마저 지난해 폐쇄 되면서 '사실상 남북관계의 역행'이란 말도 나왔다.
차기 정부가 설사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실제 재가동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폐쇄 이유로 들었던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의혹에 대한 '해소'가 열어야 할 첫 빗장이다.
역대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개성공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직접 연계하는 것에 거리를 두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현 정부들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 직후 "개성공단 임금 등 현금이 대량살상무기(WMD)에 사용된다는 우려는 여러 측면에서 있었다"면서 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의 WMD 전용 문제를 직접 거론함으로써 남북관계의 해빙의 최소 장치마저 스스로 포기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기존의 현금 지급방식이 아닌 북한 주민들에 필요한 현물 지급 등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근혜정부 4년의 외교·안보는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