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반이민 수정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10일 간의 유예기간을 가진 뒤 오는 16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시리아 난민의 입국을 무기한 금지하고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1차 반이민 행정명령이 사법부의 제동으로 좌초되자 법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을 다듬은 수정안이다. 그러나 미국 현지 매체들은 이번 행정명령 역시 법원행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 종전 행정명령과 달라진 점은?
우선 이번 행정명령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입국 금지국에서 이라크가 제외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 정부가 미국행 비자를 신청하는 이라크 국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심사 강화에 협조하기로 약속해 이라크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정 행정명령에서 입국 금지국은 시리아, 수단, 예멘, 이란, 소말리아, 리비아 6개국으로 줄었다. 다만 이들 국적자에 대해서는 90일 동안 비자발급을 잠정 중단하되 종전에 법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유효 비자 및 미국 영주권자 소지자에 대해서는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시리아 난민의 입국은 무기한 금지가 아니라 다른 난민과 마찬가지로 120일간 금지하는 안으로 수정됐다.
그밖에도 종교적 차별 논란에 대응해 이번 수정 명령에서는 이슬람 국가에서 박해를 받는 기독교인 등 종교적 소수자에 입국 우선권을 준다는 내용도 삭제했다.
◆ 그러나 법원행 피하지 못할 듯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이번 행정명령이 1차 행정명령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에 대해 손질을 거쳤지만 효력이 발생하기 전부터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번 수정 명령은 종전의 반이민 조치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금지라는 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 위헌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버니지아 연방법원의 레오니 브링케마 판사는 지난달 13일 1차 반이민 행정명령이 종교적 차별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는 점을 들어 집행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6일 백악관 발표 직후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뉴욕, 버지니아와 매사추세츠, 워싱턴 등 일부 주(州)는 벌써 수정 명령의 시행을 중단시키기 위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1차 행정명령 당시 가장 먼저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금지명령을 끌어냈던 워싱턴 주의 밥 퍼거슨 법무장관은 수정 명령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주중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 주의 마크 헤링 법무장관은 역시 “수정명령은 상당히 축소됐지만 여전치 종전 행정명령에서 확인된 중대한 헌법상 집행상의 결함을 가지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반이민 행정조치의 집행중단 소송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코넬대 법대의 스티븐 예일 로어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번 수정 명령은 각 입국 금지국과 관련해 안보 리스크에 대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반대 소송을 제기하는 측이 승리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이번 조치가 적용되는 대상이 외국 국민으로 한정된 만큼 이들이 미국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더욱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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