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총량 규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양적 관리에 무게의 추가 쏠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은행권으로부터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제출받아 올해 증가율을 6%대로 관리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최근에는 금융회사 책임자들을 연달아 불러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하고 있다. 이번 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상위 15개 저축은행 은행장들을 소집했다. 또 보험사 자산운용담당 임원과 카드사·캐피탈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가계 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올해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과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곳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여러차례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사들은 사실상 총량 규제로 판단하고 내부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권은 대출 문턱이 높아진 후 대출이 대폭 감소하자 가두홍보에 나섰다. 대상은 직장인이다. 직장인들은 고정수입이 있기 때문에 대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요즘 은행 직원들이 이른 아침 길거리에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대출 상품 전단지 돌리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저축은행업권은 틈새 영업에 나섰다. 당행 예·적금에 가입한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혜택이라며 대출 금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이용하지 말고 자사 대출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저축은행은 사잇돌과 햇살론 등 서민 정책금융상품의 취급액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민이다. 정부가 서민정책이라고 마련한 정책자금은 모든 한계가구를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이다. 또 당장 생존 자금이 필요한 취약계층은 이제 '서민금융'으로 대변되던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의 대출이 어렵게 됐다.
결국 개인 간(P2P) 대출, 대부업 등의 사금융으로 대출 수요가 전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이 인상을 결정하면서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빛 상환 부담까지 커졌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가계부채 대책은 질적·양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춰야 한다는 것에 대해 큰 틀에서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질적으로는 어떤가. 현 시점에서 우리 가정의 빚 사정이 나아졌다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더 절박하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급진적인 정책 추진은 지양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