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시행 시기와 방법에서 여전히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전면 시행보다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업무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 등 영세 사업장 내 근로자들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은 곧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52시간 단축이란 큰 틀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맞지만 완전히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어떻게 근로시간을 줄이냐는 건데 의원들마다 방법도, 시행 시기도 제각각이어서 이달 내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하루 근로시간을 8시간씩 주 40시간으로 정하되, 연장근로를 한 주에 12시간씩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주 52시간 근무'를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 토·일요일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해왔다. 때문에 사실상 최장 허용 근로시간은 68시간이다.
이에 여야는 토·일을 포함한 주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의하는 법문을 명시해 주 근로시간의 허용치를 최대 52시간으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전면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하더라도 주당 8시간의 특별근로 허용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40시간이 넘는 12시간 초과근로에 대한 할증률 문제, 기업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부분 등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주요 선진국은 기업 자율적으로 6개월~1년을 허용하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2주나 3개월 단위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경영계의 반발이 크다는 점도 개정안 처리에 걸림돌이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청년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수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할 사람이 없어 초과 근무를 해야 하는 중소기업 또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구인난이 가중되고,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여야는 23일 고용노동소위를 다시 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사를 할 예정이지만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3월 임시 국회 내 처리는 힘들 것 같고, 4월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어 근로시간 단축이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 국회 통과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의 쟁점 법안들도 여야 간 대립각이 커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경우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률을 3%에서 5%로 상향하고, 민간기업에도 청년의무고용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의 50~60% 수준으로 최저임금 결정, 노사 또는 국회 추천으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위촉,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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