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최근 반도체 시장이 '슈퍼호황'을 맞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은 되레 '쓴웃음'을 짓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것과도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관련업계는 불확실한 시장 전망과 영업이익률 하락, 중국 등 해외업체와의 경쟁심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으로 고용.투자 엄두 못내
실제로 반도체 시장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과 낸드 플래시 등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853억달러로 작년보다 10.3% 늘어나고, 2021년에는 109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D램 시장은 올해 2분기부터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며 “낸드 플래시도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상반기에는 (반도체) 시장 상황이 좋을 것으로 보지만 하반기에는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2000년대 중반 큰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업계는 2009년에서 2014년까지 6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수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다.
이 기간 전 세계적으로 총 83개의 팹(반도체 생산시설)이 문을 닫았으며, 그 이상의 장비업체들이 폐업했다. 당시 국내 대표 장비업체였던 디엠에스, 에스엔유프리시젼 등은 40%에 가까운 인력을 줄이며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영업이익률 10%대에서 5%이하로...R&D 투자도 어려워
10%를 웃돌던 장비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5%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불황기 대기업들이 제품 단가를 크게 내린 영향이다.
여기에 중국 장비업체의 빠른 추격도 장비업체들의 또다른 걱정거리다.
최근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지 반도체장비업체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장비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은 64억6000만달러로 전년(49억달러)보다 32% 신장했다. 이는 대만, 한국에 이어 3위에 달하는 액수다.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와의 기술격차도 언제 역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등 글로벌 반도체장비업체들은 전체 매출의 약 15%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장비업체들은 전체 매출의 2.9% 정도만 R&D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장비업계의 성장이 필수적”이라며 “대기업들이 이들과 상생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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