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사상 최초로 수입해 조류인플루엔자(AI)로 급등하던 계란값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봤던 미국산 계란이 현지 AI 발생으로 수입이 어려워지자 이번에는 덴마크와 태국 등지에서 계란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던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지난 3월 중순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10일에는 7천901원까지 뛰었다.
이는 한 달 전 가격 7천479원보다 400원 이상 오른 가격이며, 1년 전 가격인 5천249원보다는 2천600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AI 피해가 특히 컸던 서울·수도권 지역의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최근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AI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 1~2월과 비슷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AI가 잦아들었는데도 계란값이 다시 치솟은 것은 수요는 거의 AI 발생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는데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AI로 국내 전체 산란계의 36%에 해당하는 2천518만 마리가 살처분돼 부족해진 계란 생산량을 메꾸려면 해외에서 산란계를 수입해야 하지만 산란계와 종계 주 수입국이던 미국과 스페인에서도 AI가 발생하면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일선 농가에서는 AI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은 산란계를 최대한 활용해 계란을 생산하고 있지만 최근 시간이 지나면서 노계 비율이 증가해 산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갈수록 수급이 불안해지는 요인이다.
산란계는 보통 80주까지는 연간 약 250~300개의 알을 낳고, 80주가 넘으면 연간 150개 안팎으로 산란율이 뚝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산란계가 워낙 부족해진 일선 농가에서는 도살해 식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100주 안팎의 노계까지도 산란계로 활용하다 보니 산란율이 현저히 떨어져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일부 대형 계란 집하장에 보관 중인 재고 물량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수급이 크게 불안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AI가 발생한 미국 대신 덴마크와 네덜란드, 태국 등지로부터 계란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서 수입을 위해 다음달 초까지 위생절차를 조기에 완료하고, 해상운송비 50% 지원, 병아리 수입 지원 기간 연장(4월→5월), 계란가공품 할당관세 적용기간 연장(6월→12월)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까지 계속된 AI 피해로 인해 계란, 닭고기 등의 공급에 차질이 있는 만큼 이들 품목의 조기 수급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계란 공급량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수입 운송비 지원, 수입국 다변화, 국내 생산기반 조기 회복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계란 수급 불안 해소와 가격 안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부터 이들 국가에서 신선란 수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수입 절차와 선박 운송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수입란이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정부의 외국산 계란 수입 추진 발표가 일부 생산농가나 중간 유통상들의 매점매석을 억제시켜 가격 이상 급등 현상을 방지하는 심리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미국산 계란 수입 사례를 봐도 실질적인 공급물량 증가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매점매석 등을 억제시키는 심리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수급불안 해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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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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