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성과연봉제’와 ‘성과형 직무제’는 자동승급이 아닌 성과와 책임 기반의 임금계약 형태란 점에서 유사하다.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자동적으로 오르는 기존 호봉제는 세대 간·업종 간 임금 불평등을 낳고, 기업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는 점에서 이를 대체할 임금체계 모델로 등장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정부가 단일형태의 임금체계를 모든 공공기관에 획일적으로 적용한 점과 함께 공기업은 상반기까지, 준정부기관은 연말까지 도입 기한을 일방적으로 정한 점 등이 논란을 낳았다.
특히 정부가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확대 도입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며 무리하게 추진하다 공공기관 노조의 반발을 샀다.
실제 지난해 대상에 포함된 120개 공공기관 모두 4개월 반 만에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이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극에 달했고, 현재까지 48개 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두고 노사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일부는 법원에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소송까지 냈다.
최근 법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들이 공사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다른 기관의 성과연봉제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연봉제가 성과나 직무와 무관하게 단지 공공기관 유형에 따라 임금체계 및 임금수준을 정하는 ‘제도적 평준화’도 문제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과 기능이 달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도 공공기관의 조직적 목적과 기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도입하는 것이 조직 성과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대부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의 제도적 모형은 기재부의 가이드라인과 거의 일치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상의 공공기관 유형과는 별도로 조직의 사업목적 및 수행업무 특성을 기준으로 유형을 구분한 뒤 거기에 맞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다르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성과연봉제 대신 기존 호봉제에 성과주의적 요소를 결합한 ‘성과형 직무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민간 기업인 자동포장기계 업체 ‘리팩’의 임금체계 개편 사례가 대표적이다.
리팩은 2014년 관리직·연구개발직의 경우 성과연봉제를, 생산직은 호봉급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구분했다. 다만 생산직도 근속연수에 따른 자동 승급은 폐지했다.
관리직·연구개발직은 성과에 따라 업무 평가를 4개 등급(S, A, B, C)으로 구분해 기본급 인상률을 조정한다. 생산직은 기존 단일호봉제(1~35호봉)를 유지하되 평가 결과에 따라 A등급 2호봉, B등급 1호봉, C등급 동결 등 3등급으로 나눠 기본급 인상폭이 차등화되도록 설계했다.
이후 정부는 단계적으로 호봉제 비중을 줄이고, 직무등급제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무등급제는 업무의 난이도, 책임성 등 직무 특성에 따라 직급을 구분해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직무급제는 근로자의 경력, 직무수행능력, 업무성과 등 다양한 요인으로 승급 결정이 가능하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업무적 특성에 따라 직급을 구분하되 동일 직급 내에서 임금 차이를 최소화하고, 개인별 차등을 반영한 성과급 산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임금체계, 인사평가제도 등을 설계 또는 변경할 경우 노조와 공식적으로 협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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