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양성모 기자 = "바이오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산업이 될 것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데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각종 논란에도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4차산업의 핵심으로 '바이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산업로봇 등을 활용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콘텐츠여서다.
이미 국내외 바이오업체들은 빅데이터와 AI 등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보통 10년이 훌쩍 넘는 신약 연구·개발(R&D) 기간이 3년 이내로 줄어든다. 연구비도 최대 100분의 1까지 절감할 수 있다. 물류에 IoT를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일자리 감소 우려에서도 자유롭다.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라 2020년까지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생긴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앞으로 3년 안에 5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는 첨단산업이면서도 노동집약적이라 오히려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바이오헬스를 비롯한 신산업 종사자 수가 연평균 11.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 정부도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에서 '미래성장동력 창출' 부문에 제약·바이오·의료기기산업 육성을 포함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에 제약·바이오·의료기기분과를 두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바이오산업의 육성이 필수라는 데 입을 모은다.
유승준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 "2020년쯤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주력 산업 혁신과 바이오·헬스산업과 융합 신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2%에 머물고 있는 바이오·헬스산업이 10% 이상의 성장을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 드라이브에 기여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오 융합 신산업 투자와 시스템 혁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신흥시장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경제를 보면 저성장 기조와 생산성 하락으로 인해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전학·합성생물학·유전자 편집 등이 포함된 생물학적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갈 대표적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바이오와 의료기술들이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이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산업과 4차 산업혁명이 맞물리면서 산업의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과 바이오의 결합을 통해 건강한 삶의 대한 정의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헬스케어산업이 건강에 접근하는 방식까지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이 헬스케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헬스케어와 빅데이터의 결합이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의 대중화를 통해 과거에 접근하지 못했던 영역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즉 정밀의학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또한 헬스케어와 모바일 중심의 정보과학통신(ICT) 결합은 데이터 추적, 관찰의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최대 원격진료서비스 업체인 텔라닥(Teladoc)과 원격의료를 준비 중인 삼성의료원이 대표적 사례다.
헬스케어와 ICT 기기 결합도 변화의 한 축으로 꼽았다. 혈당 관리·심전도뿐 아니라 식습관, 운동습관까지 점검해주는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곽 연구원은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치료가 가능해지는 정밀의학의 서비스 영역과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또 원격진료 등 종합 헬스케어 관리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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