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을 막기 위해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에도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규제 칼날이 기존 주택뿐 아닌 신규 분양 아파트까지 겨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사업장은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는 등 과열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7일 부동산114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달 공급 예정인 분양 물량은 전국 총 7만3262가구 규모로 수도권이 4만8487가구, 지방이 2만4775가구 수준이다. 이는 올해 연내 최대치 실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전국적으로 3만1050가구가 분양된 바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의 물량만 10만가구가 넘는 셈이다.
이 같은 분양 열기는 대선 직후 정국의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요인이 크지만, 신규 분양아파트의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새 아파트의 집단대출은 기존 주택과 달리 DTI의 한도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집단대출에 손을 댈 경우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한 청약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새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데, 이 부채의 핵심으로 집단대출을 지목하고 있다"며 "게다가 금융당국은 이미 집단대출에 DTI 규제를 적용하려 했지만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가까스로 무산된 바 있다. 건설사들의 신규 공급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양시장이 새 정부 출범 이래 물리적으로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대선 전 정국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체됐던 물량이 대부분이다. 봄 성수기가 지연된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만약 집단대출 DTI 규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제도 시행 전 이를 피하기 위한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청약시장의 단기적 교란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집단대출 규제까지 가해질 경우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무엇보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확산되고, 중도금 대출이 쉽지 않은 중견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다. 건설업계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학회장은 "집단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옭아매는 요소로 작용해선 안 된다. 특히 잔금대출을 죌 경우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점진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지역별·계층별로 선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역시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청약시장에서 자기 자본으로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환경에 놓은 수요층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고 본다. 이들은 금융권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팀장은 이어 "집단대출 규제가 이뤄질 경우 이로 인한 청약자들의 심리적 위축도 피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제도 도입에 앞서 가수요와 실수요를 선별해내는 사전 작업을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작년 하반기 중도금대출 보증 요건을 강화한 바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분양보증 예비심사와 밀접한 미분양관리지역 강화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HUG 관계자는 "HUG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실시한 1인당 보증 건수 2건 제한, 90% 중도금 대출 등의 보증 요건 강화 기조를 올해에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향후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안정화 방침을 통해 가이드라인에서 HUG의 언급이 이뤄질 경우 이에 맞춰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며 "특히 미분양관리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세심히 하고, 이에 따른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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