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인력 감축 향방 '묘연'
인적 구조조정이 포함된 자구계획 이행안을 두고 벌이는 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해양의 신경전은 비교적 위험 부담이 덜하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협의를 거쳐 다양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자구계획에 동의하고 추가로 자금 지원을 받기로 한 대우조선해양에 있다. 대우조선은 내년 상반기까지 직영인력을 9000명까지 축소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수은이 자본 확충을 전제로 제시한 쟁의행위 금지 및 인력 감축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안과 올해 4월 극적으로 합의된 추가 구조조정 방안에 따른 것이다.
이행 완료까지 1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일자리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 것이 맞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기대감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며 "구조조정 차원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던 해양플랜트 사업에 다시 발을 들이려는 (대우조선의) 태도를 보면, 인력 감축 문제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도 자구계획 이행 정도에 따라 적기에 필요한 만큼의 자금만 지원할 방침이어서 크게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동안 대우조선이 적지 않은 기복을 보인 만큼 추후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 금융권도 구조조정 골머리…대책은 '미비'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으로 머리가 아픈 산업은 대우조선 등 조선업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은 물론 금융업도 꾸준히 몸집을 줄여왔던 터라 입장이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업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핀테크 활용에 적극 나서면서 비대면·디지털화화가 정착되고 있다. 상시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것은 물론 점포 수를 줄이고, 신입직원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채용하지 않는 추세다.
은행들이 딜레마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실적 극대화에 기여해 온 인건비 절감을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은행은 실적이 좋으면 '이자로 배를 불렸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데,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지 않도록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선순환이 이뤄지게 틀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포 직원이 줄어드는 대신 핀테크 관련 전문인력이 늘어날 수 있고, 보다 많은 인력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주도 구조조정과 자체 몸집 줄이기 모두 딜레마에 빠졌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이 산업별 성장동력을 부활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장점도 있어 더 이상 외면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현재 국정 과제 선정에 착수했다. 조만간 5개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조조정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까지 일자리 확대, 4차 산업혁명, 4대강 정도만 진행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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