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중국 IT, 하이테크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혜성'처럼 등장하는 스타트업 등 경쟁업체가 늘어난 때문이다. 특히 바이두가 불안하다.
최근에는 알리바바에 가려졌던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징둥상청)까지 BAT 구도를 위협하고 있다고 중국 경제·금융전문 매체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가 25일 보도했다. JD닷컴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빠르게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기준 바이두와 격차를 1%까지 줄인 것이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3일(미국 현지시간) 나스닥 상장사인 JD닷컴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92% 급등한 42.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두 배 수준으로 JD닷컴 시총은 609억 달러로 불어났다.
아마존의 성공이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을 JD닷컴으로 쏠리게 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아마존이 2015년 2분기 적자 경영에서 벗어난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높은 순익을 기록했고 이에 시장의 기대감이 최근 부진에서 벗어난 JD닷컴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2014년 나스닥에 안착한 JD닷컴은 올 1분기에야 상장 후 처음으로 순익을 냈다. 올 1분기 JD닷컴의 순이익은 14억 위안으로 지난해 1분기 2억 위안 적자를 보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JD닷컴이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는 판단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금이 몰리고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달 시총이 540억 달러에 육박하더니 한 달 반여 만에 600억 달러도 넘어섰다.
최근 JD닷컴은 드론택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영국 온라인 명품 쇼핑몰인 파페치에 거액을 투자하는 등 시장 확대 시도를 하고 있다. 유통업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온라인 금융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하반기에 텐센트가 JD닷컴 지분을 확대하고 아마존이 지분투자에 나선 것도 JD닷컴의 전망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JD닷컴이 당장 바이두를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BAT 중심의 삼각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중국 IT 업계의 BAT 삼각구도는 2~3년 안에 달라진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이 느끼는 압박이 커져 매일 매일 살얼음을 걷는 기분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리고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입지가 가장 불안한 것은 바이두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하며 시총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바이두는 오랜기간 600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 1분기 실적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매출은 모두 300억 위안을 웃돌았지만 바이두는 169억 위안에 그쳤다. 심지어 순익은 17억77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10.6% 급감했다.
바이두를 뒤쫓고 있는 것은 JD닷컴만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넷이즈가 대표적이다. 아직 상장사는 아니지만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3대 스타트업 TMD, 즉 뉴스앱 진르터우탸오, 배달앱 메이퇀뎬핑(美團點評),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의 성장세도 위협적이다. 인터넷 보안업체 치후360, 샤오미, 중국 핀테크를 이끌고 있는 앤트파이낸셜(마이진푸)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삼각구도에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화웨이를 더해 BATH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이두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리옌훙 바이두 회장의 말처럼 인터넷 다음의 '대세'가 확실하게 AI라면 기존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