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떠남과 돌아옴.
생존해 있는 우리들에게는 두 가지의 길이 존재한다. 거창한 레토릭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두 가지의 길···.
가는 길, 오는 길.
가는 길이 포함하고 있는 많은 의미들로는 출근길, 여행길, 직업선택의 길,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향해 가는 길, 사랑이 시작되는 길, 생각이 시작되는 길 등 말로 이루 표현하지 못할 다양한 길들이 우리 앞에 있다. 일반적으로 가는 길은 시작을 의미하며, 그 또한 희망과 환희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겠다.
필자에게 있어서 가는 길의 가장 큰 의미는 살아 있다는 것이며,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꼭 가야 할 길이 있기에 하루의 삶을 시작하는 의미가 있으며, 계절이 바뀌어도 세상이 바뀌어도 매일매일 가야 할 길이 있다. 또 때론 지루하고 끝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매일 산책했던 칸트의 산책길을 생각하면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의 길이 나에겐 칸트의 길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채우려 노력하는 것이 시작점이 되어 있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그 도피처로 나름대로 많은 돌파구를 길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요사이 젊은이들의 버킷(bucket list)이 된 길이 있다. 800㎞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Route of Santiago de Compostela)이다.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방문하여 그 여정을 시작하곤 한다. 그 순례길에서 인생의 의미를 재해석해 가는 지혜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주도 올레길, 서울 산성길, 북한산 둘레길 등 각 지방마다 이러한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또한 신드롬이라 부를 만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그 길을 걸으며 느끼는 많은 인생의 물음표와 자신의 역사, 환경의 역사 등에 대해 얼마나 궁금해하고 열광하고 있는지 알 수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길은 반드시 가는 길에서 시작하여 오는 길을 생각하고 있어야 하며, 출발 때와 다르게 각자의 생각과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희망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오는 길이 포함하고 있는 많은 의미들로는 귀가길, 귀국길, 사랑이 끝나는 길, 결론이 내려진 길 등을 들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이 귀소본능이 있어서 반복되는 삶이라도 그 속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혹자는 오는 길을 생각하지 않고 영원히 되돌아 오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선택 당하는 자들도 있다. 필시 이것은 이별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약간은 비장하고, 슬픔의 강도가 더 높은 것이기에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와 우리나라 사자성어 중 가장 대중적인 금의환향의 경우에서와 같이 그 돌아오는 길은 재회와 기쁨, 그리고 안식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떠난 길에서 배운 것이 힘들고 피곤함이어도, 꽃가마 타고 돌아와 행복함이 충일되어 있을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배울 수 있었던 우리 인간의 심성과 세월의 흔적을 우리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우리가 걸어온 길은, 걸어야 할 길은 자연스럽게 역사의 퇴적물로 남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가는 길, 오는 길을 꼭 이용해야 하며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그리하여, 그 길을 풍성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인간 소통의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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