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수위가 엄격해지면서 리베이트에 대한 편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경각심이 벌써부터 느슨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강화된 처벌 규정을 위한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위탁 관리해주는 밴(VAN)사들이 계약 유지를 위해 가맹점에게 현금‧현물 등을 제공하는 밴 리베이트 수법이 점점 더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감독이 대형 밴사에 집중되면서 밴 대리점들이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우회 제공, 오히려 리베이트가 음성화됐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추정되는 연간 리베이트 규모는 약 6000억원 가량이다.
카페드롭탑 가맹점 200여곳에 카드결제 시스템을 공급했던 밴 대리점측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 이후 리베이트 제공이 금지되면서 마케팅 명목으로 지급했던 지원금(월 3000만원)을 지원할 수 없게 돼 다른 밴사에 업무를 빼앗겼다”며 “물증은 없지만 앞뒤 정황상 불법 리베이트가 확실한데 금감원에서는 직접 조사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금감원에는 물증 없는 타사 불법 리베이트 영업 보고가 속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밴 업계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들이 아직도 리베이트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다보니 밴 대리점들이 각종 편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며 “노후 POS(포스기)교체, 프로그램 개발비, 무선단말기 및 CCTV지원, 직원 교육비 항목 등 계약 당사자가 아니면 리베이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놓고 (리베이트에 대한)계약 주체를 다자간으로 설정해 현금흐름을 애매하게 처리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내부고발자 등장) 등에 대해 밴 대리점에 책임을 물리는 불합리한 계약 조항이 생길 정도로 리베이트가 더욱 음성화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밴 대리점의 리베이트 행위에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전국 밴 대리점들은 약 3000개에 달하는데 금감원의 한정된 조사인력으로 전수 조사를 하기에는 불가능하는 입장이다.
금감원 측은 “물리적으로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엔 한계가 있는데다 실제 불법 리베이트를 적발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며 "현장감사가 어렵기 때문에 (리베이트에 대한 감독은) 밴 대리점이 소속된 밴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밴대리점들을 실질적으로 감독해야하는 밴사도 사실상 리베이트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밴 업계에서는 '법 보다 주먹이 빠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감독 의무를 저버리는 바람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를 하는 밴 대리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가능하도록하는 법안 개정을 완료해 9월 정기국회 때 통과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밴사가 밴 대리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재하는 방식도 현행보다 훨씬 더 강력해 질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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