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의 UVA 캠퍼스에서 극우주의자들이 횃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지나가고 있다. [사진=AP]
"독일이 아닌 미국에서, 그것도 21세기 아돌프 히틀러는 이미 죽은 상황에서 나치가 등장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쿼츠는 16일(이하 현지시간) '21세기 미국 나치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최근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일우월주의자 폭동 사태를 '실존하는 나치' 그룹의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네오나치가 살아 있는 미국"
미국에는 전 미국 나치당이었던 국가사회주의운동(National Socialist Movement)을 비롯해 수많은 증오단체가 있다.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의 역사 교수인 페드리코 핀첼스타인(Federico Finchelstein)은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Ku Klux Klan)와 백인 국수주의자들도 모두 명칭에 상관없이 나치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주의, 반유대주의, 정치적 폭력 찬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핀첼스타인 교수는 "버지니아의 행진이나 이들과 연관된 테러리스트들은 나치이거나 네오 나치"라면서 "이들은 과거 시대의 향수를 기반으로 일어났던 독일과 이탈리아의 극우주의 세력처럼 1960년대 시민권 운동이 일어나기 이전의 미국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버지니아 집회의 참석자들은 "피와 땅"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는 아돌프 히틀러가 순수한 혈통을 강조하면서 인종청소를 위해 사용했던 문구이기도 하다. 반유대주의적 성향도 이번 시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를 나눈 한 백인 국수주의자는 "유대인들을 죽이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핀첼스타인 교수는 "나치주의자들의 최종 목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기반한 정권을 세우는 것이며, 이같은 목표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독일과 이탈리아의 독재자들이 투표를 통해 권력을 얻은 것과 같은 과정을 통해 미국에서 비슷한 정권을 세우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충분히 강력한 지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적 극우성향도 관련"
뉴욕매거진은 최근 샬러츠빌의 소요는 극우주의가 힘을 키우는 국제적인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극우주의 세력의 득세가 도드라지고 있다. 시리아 지역의 난민 등의 유입으로 극우주의적 성향이 더 강해졌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난민들을 향한 극우주의자들의 공격이 3500회나 있었다. 총선에서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의 지지율이 최근 다시 꿈틀대면서 제3 정당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고 CNBC가 16일 전했다.
영국에서는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국내 테러를 계획한 혐으로 체포된 네오 나치 극단주의자들의 수가 두배로 늘어났다. 스웨덴에서는 최근 좌파 성향의 서점과 난민센터 등을 타깃으로 폭발을 일으켰던 네오 나치 멤버들 3명이 사법처리됐다. 이들 중 두명은 극단적 국수주의 단체에서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러시아를 다녀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 등은 극우주의자들에게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리즘, 페미니즘, 성소수자, 이슬람에 대항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런 극우주의적 움직임이 역풍을 맞고 있기도 하다. 뉴욕매거진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에 대한 선명한 기억이 살아 있는 유럽에서는 극우주의에 대한 저항도 거세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선거에서 극우주의 정치인들은 잇따라 패배를 맛보았다. 매거진은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같은 '레드 라인'이 없다"면서 미국의 극우주의가 더욱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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