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 누아르 3부작의 완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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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8-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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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훈정 감독의 신작 '브이아이피' 중, 이도 역을 맡은 김명민과 광일 역의 이종석, 재혁 역의 장동건[사진=영화 '브이아이피' 스틸컷]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 분).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한국에 넘어온 그는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다. 경찰 채이도(김명민 분)는 본능적으로 그가 범인임을 직감하고 집요하게 김광일을 뒤쫓지만 국정원 요원인 박재현(장동건 분)의 비호로 번번이 그를 놓치고 만다. 북에서 온 VIP를 둘러싸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자와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의 집요하고 끈질긴 갈등과 충돌이 이어진다.

영화 ‘브이아이피’(제작 ㈜영화사 금월·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전작 ‘신세계’로 누아르 신드롬을 일으킨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과 ‘신세계’의 연출을 맡았던 박 감독의 작품인 만큼 ‘브이아이피’는 조직 간의 정치와 인물들의 갈등, 충돌, 머리싸움을 세련된 기법과 어조로 풀어냈다.

특히 이번 작품의 경우 지난 영화들보다 더욱 커진 갈등 구조와 세계관으로 눈길을 끈다. 박 감독은 분단국가라는 특성을 적극 활용, CIA와 국정원 간의 알력 다툼과 경찰의 봐주기 수사, 검찰 거래, 북한 정치 상황 지형도를 엮으며 흥미롭고 강력한 스토리로 완성시켰다.

또한 경찰과 검찰, 건설 마피아의 정치를 그린 ‘부당거래’를 시작으로 조폭들 간의 정치를 담은 ‘신세계’를 지나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담은 정치를 담은 ‘브이아이피’로 귀결되는 박 감독의 누아르 3부작은 여타 범죄 영화와 결을 달리하며 색다른 구조와 갈등, 인물 묘사로 이목을 끈다.

영화는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분된다. 국정원 요원 박재혁과 경찰청 형사 채이도, 보안성 요원 리대범, CIA 요원 폴, VIP 김광일의 상황과 사건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물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배제했다. 그야말로 박 감독의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작품인 셈이다. 복잡하고 집요한 추적 과정에 힘을 싣기 위해 각 인물의 전사나 심리를 빼고 굵직한 스토리와 속도감으로 빈칸을 채운다.

이는 여타 범죄영화와 ‘브이아이피’를 구분 짓게 하는 차별점인 동시에 취약점이기도 하다. 세밀한 묘사보다 거칠고 투박한 결을 택한 박 감독은 정제되고 드라이한 갈등과 드라마를 취하며 관객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거뒀다. 네 명의 인물들은 일절 스킨십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각자의 이기를 위해 질주한다. 이 점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브이아이피’의 흥행을 결정짓는 관건으로 보인다.

다섯 챕터의 구분점과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성기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굵직하고 거친 결을 가진 다섯 개의 챕터가 이음새 역시 거칠다 보니 이야기에 집중하고 또 빠져나와야 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

김광일의 캐릭터를 묘사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가 무자비하게 살해되고 이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것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김광일의 잔혹성·폭력성을 과시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를 소모했고 또 전시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박훈정 감독의 ‘덕후 몰이’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전작들이 몇 년째 회자되고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덕후를 양산한 것처럼 이번 작품 역시 그에 못지않은 디테일·캐릭터 묘사·상상력을 더할 수 있겠다. 네 명의 인물 중 어느 캐릭터에게 몰입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만족스럽다. 믿고 보는 김명민은 설명을 덜어낸 채이도라는 인물에 상상력을 더하게 만들고 박재혁을 연기한 장동건은 전작 ‘우는 남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들을 좋아진 연기력으로 무마시킨다. 짧게 등장하는 리대범 역의 박희순 또한 극의 긴장과 무게감을 더하는 것에 일조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희대의 살인마 김광일을 연기한 이종석. 그는 희대의 살인마를 연기,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기 결을 보여주며 그의 새로운 이면을 기대케했지만 브라운관에서만큼 역량을 발휘한 것 같지는 않다. 오는 24일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128분 관람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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