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김 후보자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한 말처럼, 김 후보자는 경제 관련 소송 판결에서 기업 노조나 건물 임차인 등 우리 사회에서 주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편에 선 판결을 내놓았다.
김 후보자의 기업·노사·부동산 등 경제 관련 과거 판결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판결은 2015년 6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내린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부당노동행위' 판결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당시 삼성에버랜드가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매출·매입 자료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노조 부지회장 A씨를 해고한 사건에 대해 "A씨가 외부로 보낸 파일은 삼성에버랜드의 영업비밀이 아님은 물론,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006년 12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엔 서울 동대문 프레야타운 임차인연합위원회가 1998년 거평그룹이 부도 처리됨에 따라 거평그룹 측에 프레야타운 지분을 넘기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거평건설은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체결된 주식매매계약이 위원회 측의 잔금 미지급으로 해제됐다며 프레야타운 지분 이전을 거부했으나 재판부는 "주식매매계약이 해제됐다고 청산 합의 효력까지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약자에겐 따뜻한 손길을 건넨 반면, 부동산 투기 조장 등 위법행위에 대해선 엄격한 판결을 내렸다.
김 후보자는 2005년 싼값에 부동산을 사놓고 해당 땅에 관공서가 설치되고 휴양시설·관광숙박 단지가 개발된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비싸게 팔아넘긴 기획부동산 업자 B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김 후보자가 2008년 특허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때의 상표권 보호 판결도 눈길을 끈다.
당시 김 후보자는 JACK DANIEL's 위스키 등을 판매하는 잭 다니엘스 프로펄티즈가 모피, 가방 등을 지정상품으로 'JACK DAINIEL' 상표를 등록한 C씨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국내 또는 외국의 주지상표를 모방해 그 상표에 축적된 이미지나 고객흡입력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등록상표를 출원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같은 해 그는 침대 등을 만드는 (주)금성토탈퍼니처가 (주)에이스침대를 상대로 낸 권리범위확인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홍보를 위한 카탈로그에만 사용된 상표라도 상표의 사용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자신들이 '침대'에 사용하는 상표와 피고가 '매트리스'에 사용하는 상품이 달라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특허심판원에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며 "해당 상표는 홍보를 위한 카탈로그에 분류를 위해서만 사용됐으므로 상품에 사용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