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2라운드'의 핵심이었던 상표권 문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산업은행의 제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금호산업이 상표권 실소유주로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제안했던 일부 조건부 조항이 ‘매각방해’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자 한발 물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산업이 산업은행에 제안한 상표권 사용계약을 위한 실무협의회만 원만하게 성사된다면 지난 6월부터 ‘핑퐁게임’을 이어왔던 상표권 논쟁도 3개월 만에 매듭을 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표권 문제와 별개로 금호타이어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가 채권단에 매각가 조정을 요청하면서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부활 등 다양한 변수로 새국면을 맞았다. 이에 금호타이어 매각은 장기전을 지속할 전망이다.
◆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상표권' 산업은행 제시안 전격 수용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일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계약과 관련한 산업은행 제시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산업은행에 추가로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호산업은 지난달 30일 산업은행이 제시한 상표권 계약안에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상표권 소유주로서 브랜드 제고가치를 위해 몇가지 세부조건이 담긴 공문을 산은에 보냈다.
금호산업이 제시한 조건은 △금호타이어 미진출지역 상표권 제한 △회계장부 열람 △상표권 이미지 떨어뜨릴 우려 있으면 사용 제한 등이었다.
금호산업은 “‘금호’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유사 계약 시 관행상 표현되는 문구였다”면서 “하지만, 오해와 혼선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기존 산업은행 제시안을 전격 수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은 이날 추가 공문에서 채권단에 “상호 원만한 상표권 사용계약 종결을 위해 실무협의회를 열자”는 제안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여부에 이어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금호타이어 매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부터 채권단이 상표권 계약안을 제시하면 금호산업이 역제안을 하거나 기존입장을 고수하는 등 3~4차례 이상 힘겨루기를 이어왔다.
산업은행이 최근 제시한 계약안은 상표권 사용 요율은 매출액의 0.5%, 사용 기간은 20년이었다. 이는 박삼구 회장이 당초 요구했던 상표권 사용조건과 같다.
다만, 중국의 더블스타가 요구한 사용 요율인 0.2%와의 차액을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매년 보전해주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법률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한 후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금호타이어 매각가 재설정…우선매수권 부활할까?
상표권 논쟁과는 별개로 금호타이어 매각은 새국면을 맞았다.
금호타이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실적악화를 이유로 산은에 매각가를 8000억원대로 깎아달라고 요청한 것. 금호타이어는 상반기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전환했다.
더블스타는 지난 3월 채권단과 9550억원의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인수를 철회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만약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가격 조정요구를 받아들이면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권한이 되살아 나게 된다. 기존 매각가격이 조정되면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다시 해당 가격으로 살 의향을 물어야 한다.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부활, 컨소시엄 구성 허용 등 많은 가정들이 보도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 매각가 재설정으로 변경되는 사항을 공문으로 전달받은 것은 없다”면서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향후 주주협의회 구성원간 협의를 통해 처리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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