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문재인 케어' 보험산업에 새로운 기회..."정부도 포지티브 자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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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7-09-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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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수 한국보험학회장 인터뷰

  • 공공성 강화 민간시장 영향…차별화된 상품개발로 승부해야

  • 고령화로 기대수명 높아져…배상책임ㆍ마일리지형 연금보험 상품 개발 필요

  •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ㆍAI기술이 보험사 경쟁력 좌우

[사진=김헌수 한국보험학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건강보험제도 개편은 국내 보험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실손의료보험은 그동안 막대한 손해율을 안고 가면서도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건강보험제도가 개편되면 민간 보험사들의 건강보험 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아쉬워할 점이 하나도 없다. 앞으로는 요양·헬스케어·배상책임보험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면 된다."

김헌수 한국보험학회장(59·사진)은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제도 개편이 국내 보험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22년까지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건강보험제도 개편은 민간 실손보험의 시장을 위축 시킬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수가 3500만명이나 되는 가장 큰 시장을 잃는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어차피 실손보험은 '의료' 영역이기 때문에 민영 보험사가 가격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적극적이고 확실하게 건강보험 제도를 개편할 수 있도록 (업계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케어'···보험산업에도 새로운 기회

김 회장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국내 보험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공공 의료서비스는 가격통제가 되지 않는 만큼 정부에 맡기고 보험사들은 요양, 건강 컨설팅 등 보험회사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보험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상품개발 기술"이라며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주요 상품이지만 손해율이 130~140%에 육박했던 이유는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건강보험제도 개편으로 민간 실손보험이 사양길에 접어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실손보험과 차별화된 보험상품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그는 "앞으로는 대충 만들어서 푸시마케팅으로 밀어붙이고, 보험금 심사 때는 깐깐하게 굴던 영업 관행이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품 개발단계부터 헬스케어와의 연계 가능성, 상품 요율, 리스크 관리, 소비자의 행동 양태 등 복합적인 조건을 고려해야 하고, 이는 국내 보험산업이 전문화,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포지티브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무조건 '민영보험사는 국민 건강정보에 접근하면 안된다'는 방식의 접근법은 새로운 산업 창출을 방해한다"며 "보험사들이 보험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영역이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의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공급자도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치료와 질병에 관한 정보, 개인의료 정보 등을 어디까지 공개하고 얼마만큼 활용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게 정책입안자들의 역할이고, 바로 이 지점이 민영보험과 공영보험이 성공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올해와 내년이 보험사들에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2021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2020년께부터 적용될 신지급여력 제도 도입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고, 기존에 판매한 상품은 물론 앞으로 판매할 상품에 따른 부채 규모도 정확하게 계산해야 한다.

김 회장은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 자본건전성이 낮은 회사는 재무제표로 드러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사의 '옥석'을 가리기 쉬울 것"이라며 "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미래 부채로 인한 자본금 축소로 엄청난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산업에 약 20조~30조원의 새로운 자본이 투여돼야 하는데 아직 사회적 분위기, 정부 규제 등으로 보험사들이 발전할 수 있는 통로가 마땅히 없다"며 "관련산업 수익률이 떨어지면 국내외적으로도 투자자들을 유인할 요인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리거나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정보분석'과 '기술관리' 능력서 경쟁력 좌우···배상책임·마일리지형 연금보험 유망

김 회장은 보험맨 출신이 아니다.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885년 선경종합상사(현 SK네트웍스)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선경에서 근무하면서 단기수출보험과 재보험 등 무역과 관련된 보험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해외 각국을 돌면서 미래에는 건강 관련 시장이 유망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1980년대에는 보험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국내에 갖춰지지 않아 유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987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 및 보험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분야는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보험규제의 효과, 보험범죄 및 사기 적발모형 등 다양했다.

김 회장은 "보험은 법, 경영, 통계, 계리 등 학문적 영역 외에도 심리와 범죄, 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실과 가장 밀접한 학문"이라며 "보험회사들은 사회의 리스크를 떠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사회에서는 아직까지 '보험사=도둑'으로 보는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자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일정 부분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학회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보험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 센시티브(technology sensitive) △리스크 관리 △영업 등 3가지 태도를 견지할 것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빅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AI) 등의 발달은 소비자의 행동모형과 보험사고 분석, 상품개발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보분석과 기술관리 능력에서 보험사의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험사는 장기적으로 사람을 관리하는 회사로 변할 것"이라며 "사회가 복잡다변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유망 분야로는 배상책임보험과 연금보험을 제시했다. 그는 "보험산업이 발달한 영·미권 국가에서는 배상책임보험이 손해보험사의 대표 상품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음식점에서 자신의 잘못 때문에 점원이 다친 경우, 내 아이의 잘못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매장 상품이 파손된 경우, 사이버 테러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사례에 대해 보장하는 상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는 아직 개인 간 협상, 사과 등에 관대하기 때문에 발전 속도가 더디지만 앞으로는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생명보험과 건강보험, 연금보험이 결합된 복합상품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며 "자동차보험의 마일리지 특약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덜 받으면 연금혜택이 올라가는 등의 실손보험과 연금보험이 연계된 상품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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