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57] 인간 칭기스칸의 매력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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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규 칼럼니스트
입력 2017-09-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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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질책과 충고를 받아들이는 유연성

[사진 = 야율초재 추정도]

칭기스칸은 아래 사람의 질책도 옳다고 생각하면 받아 들였고 충고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따랐다. 서하에서 거란출신 참모 야율초재의 충고를 받아들여 포로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준 것 등이 그 것이다. 아래 사람과 같은 수준의 생활을 하고 호칭마저 자유롭게 부르도록 만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칭기스칸을 쉽게 생각하거나 권위를 무시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충성심을 유도해 낼 수 있었다.

카르피니가 소개한 졸다가 깨어나 스스로 죄를 고하고 처형당한 몽골군 보초의 얘기는 푸른 군대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가운데서도 실질적인 규율과 권위가 얼마나 살아 있었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마음과 귀를 열어 놓고 위에서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교류를 가능케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칭기스칸은 자기 주변에 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 수가 있었다.
자신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기피하고 편한 사람만 상대하는 군주는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 자발적인 충성과 희생 낳은 인간관계
칭기스칸은 많은 사람과 상대하며 그들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인간관계를 만들어 왔다. 그렇게 맺어진 인간관계는 아랫사람들의 자발적인 복종과 희생을 불러왔다. 칭기스칸이 마주친 숱한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는 데 이들의 충성과 희생이 큰 힘을 발휘했다.
 

[사진 = 유목민 어린이들]

전투에서 부상한 칭기스칸을 목숨을 다해 지킨 젤메나 눈보라 치는 초원에서 동사(凍死) 직전에 있을 때 자신의 모포와 몸으로 칭기스칸의 몸을 녹여 살려낸 보르추 등 희생을 마다 않고 자신의 군주를 보살핀 너흐르들의 일화들은 숱하게 많다.
 

[사진 = 유목민 가족]

또 케레이트 부족이 기습공격 계획을 세웠을 때 유목민 바다이와 키실릭이 자진해서 달려와 칭기스칸에게 이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일촉즉발의 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모카가 구르칸으로 취임한 뒤 테무진 진영을 기습 공격하려 했을 때도 골르라스족 유목민이 그 소식을 미리 전해줬다.
 

[사진 = 담배 피는 유목민]

이들의 행동은 당시 초원의 판세를 나름대로 판단하고 선택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 칭기스칸의 장래가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인간 칭기스칸에게 매료된 자발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측근의 충성 보상, 돌출행동 나타나지 않아
군주에 대한 충성과 희생이 맹목적인 것이 되거나 나중에 충성을 담보로 보상을 추구할 때 나타나는 폐해가 엄청나다는 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숱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칭기스칸에 대한 너흐르들의 충성과 희생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지도자에 대한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칭기스칸이 사해의 군주로 우뚝 섰을 때도 이들은 그 동안의 충성과 희생에 대해 보상받기 위해 돌출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사진 = 몽골 토크기]

칭기스칸 역시 자신에 대한 믿음에 답하듯이 그들을 최대한 보호해 가면서 동반자로서 함께 했다. 대신 죽는 순간까지 어느 측근도 심지어 가족까지도 권력을 휘두르거나 조직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을 때는 그냥 두지 않았다. 그 것이 거대한 제국을 별 잡음 없이 순조롭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바탕이 됐다.

▶ "눈에 불이 있고 얼굴에 빛이 있다"
칭기스칸의 성격가운데 또 하나 두드러진 면은 친화력이다. 이 친화력은 주위에 사람을 모이게 하는 큰 요인이 됐다. 이 친화력의 밑바닥에는 사람의 귀천을 가리지 않는 평등의식이 깔려 있다. 칭기스칸의 용모에 대해서는 키가 크고 건장했으며 고양이와 같은 눈을 가졌다는 것과 눈에 불이 있고 얼굴에 빛이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진 = 몽골 궁중무용 '참']

이 기록과 함께 전해져 내려오는 초상화를 통해 그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불이 있고 얼굴에 빛이 있다"는 용모의 특징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면서 쉽게 친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으로 여러 곳에서 언급되고 있다. .

▶ 첫 대면에 사람을 끄는 친화력
도둑맞은 말을 찾아 초원을 헤매던 테무진을 처음 만난 보르추는 그의 첫 인상에 호감을 갖고 안다 관계를 맺은 뒤 잃어버린 말을 찾아 밤낮으로 초원을 함께 돌아다녔다. 예수게이가 죽은 뒤 씨를 말려 후환을 없앤다는 생각으로 테무진을 붙잡았던 타이시우드족의 족장 키릴툭은 테무진을 본 뒤 본래 의도와는 달리 그를 죽이지 않고 포로로 살려두었다. 포로 생활을 하다 목에 칼을 쓰고 탈출했을 때 소르칸 시라와 그의 아들들은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릎 쓰고 테무진을 구해줬다.
 

[사진 = 초원의 석양]

부르테의 오빠는 첫 눈에 보고 테무진을 동생의 남편으로 삼도록 아버지에게 권유했다. 전투에서 칭기스칸에게 활을 쏘아 말에 부상을 입혔던 제베는 더할 수 없는 충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금나라의 사신으로 칭기스칸에게 왔던 거란족 출신 야율아해는 칭기스칸과의 첫 대면에서 그의 막료가 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 품에 들어온 사람 떠나는 법 없어

[사진 = 칭기스칸 초상화]

이러한 숱한 사례들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칭기스칸에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안겨다주고 쉽게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는 매력, 이것을 아마 친화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친화력을 가진 칭기스칸은 일단 자신의 품으로 들어 온 사람은 떠나가는 법이 없이 완전히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오직 칭기스칸에게만 충성하는 대규모 너흐르 집단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거의 전적으로 이러한 칭기스칸의 성품과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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