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상품을 가장 활발하게 내놓는 곳은 카드사들이다. 할인을 받으려면 전월 사용실적이 있어야 하므로 주거래카드로 사용해야 하는데 실생활에 적용되는 할인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KB국민카드는 유일하게 반려동물 관련 두 종의 카드를 출시했다. 우선 'KB국민 반려애카드'는 동물병원·펫샵·장례업체 등 반려동물업종 이용 시 10% 청구 할인된다. 전달 거래 30만원 이상 2만원 할인, 60만원 이상 3만원, 90만원 이상 5만원이 적용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G마켓·11번가) 할인은 각각 5%로, 전달 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5000원으로 할인폭이 미미하다. 카드사용액의 일정 금액은 유기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공익기금 조성에 사용된다.
KB국민카드는 최근 'KB펫코노미카드'를 출시했다. 동물병원·반려동물업종은 30%, 인터파크펫 10%, 대형마트 5% 할인된다. 동물병원 및 반려동물업종의 경우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 1만원, 60만원 이상 1만5000원, 90만원 이상 2만원 할인된다. 반려애카드는 한 번 사용할 때 할인되는 폭이 적어서 여러차례 나눠서 할인 받을 수 있는 반면, 펫코노미카드는 한 번에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어 할인 횟수가 적다.
IBK기업은행의 '참! 좋은 내사랑 펫 카드'는 연회비 1만원과 별도로 1만원을 지불하면 반려동물 사진이 담긴 카드를 발급해준다. 동물병원과 반려동물업종이 10%씩 할인된다. 하루 1회, 월 3회까지 가능하며 1회 이용금액은 10만원까지 가능하다. 전월 실적이 40만원 이상이면 1만5000원, 100만원 이상이면 3만원, 200만원 이상이면 6만원 할인된다. 한 달 할인 가능급액엔 동물병원, 반려동물업종, 마트, 온라인몰이 모두 합산된 한도다. 때문에 실제 혜택은 미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 반려견 키우면 우대금리...1년 만기 2.0% 적금
신한은행의 '신한 위드펫 적금'은 매월 30만원까지 납입 가능한 1년 만기 적금 상품으로 1.0%의 금리를 제공한다. QR코드 등록(0.5%p), 동물등록증 보유(0.5%p), 펫 다이어리 사진 등록(0.5%p)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연 2.0%까지 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의 치료비 때문에 중도 해지해야 한다면 가입 시 약속한 금리 그대로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또 고객 가입과 마케팅 활동에 따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사료가 기부된다. 카라는 협약이 맺어진 보호단체에 나눠서 기부할 예정이다.
우대금리 요건 중 펫 다이어리의 경우 S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된다. 단, 이는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일시적인 활동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글이나 사진의 경우 공유 대상이 많은 플랫폼을 이용하기 마련이다. 적금 상품 해지하고 나면 들어가서 사실상 볼 일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매번 공인인증 또는 간편인증을 해야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 나이 제한에 보장도 국소적..."보험 메리트 낮다"
손해율이 높아 한 때 자취를 감췄던 반려동물 보험상품도 다시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이 반려동물 보험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생활할 경우, 병원비가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스럽지만 가입에 걸림돌이 많다.
내장형 마이크로칩도 부담이다.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서 구청에선 동물등록증을 내장뿐 아니라 외장으로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선 반려견을 목적물로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내장을 요구하고 있다.
매달 납입하는 보험료는 삼성화재가 2~3만원, 현대해상은 4~5만원 수준이다. 두 보험 상품은 연간 500만까지 보장된다. 자동차보험처럼 1년 만기 갱신형이라서 매년 가입하는 형식이다. 상품 구조상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없다보니 차라리 예금에 돈을 모으겠다는 사람이 많다.
보장 내역도 국소적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장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장사상충, 광견병, 출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이 가능한 질병, 슬개골 탈구 등을 보장 목록에서 제외해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도연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대 보장한도를 낮춰 가입할 수 있는 옵션 개발 등으로 보험료 부담을 줄여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동물병원과의 제휴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반려동물의 의료 이용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내가 죽으면 반려견은 누가"...펫신탁 등장
반려동물 주인이 사망해 반려동물이 혼자 남겨질 상황에 대비한 금융상품도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은 '펫코노미신탁'을 통해 주인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기고 부양자를 선정하면 주인 사망 후 은행이 새로운 부양자에게 반려동물 보호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한다.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원이다. 한 번에 돈을 맡기는 경우 200만원 이상, 매달 적립식으로 내려면 1만원 이상이면 가입 가능하다. 신탁을 맡긴 중간에 의료비 등을 위한 자금인출도 가능하다. 다만 부양자가 반려동물을 잃어버리거나,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여부는 은행 소관이 아니다. 주인이 맡겨놓은 돈을 매달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금융 지원만 가능하다.
삼성동에 사는 김모(36) 씨는 "금융회사들이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출시한 후 판매가 잘 안된다고 할 게 아니라 실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필요한 혜택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 상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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