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김한성)는 지난달 29일 백 농민 유족인 박모씨 등이 백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들과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2억 4천여만 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8회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원래대로라면 8회 변론기일에 피고인 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변론기일을 며칠 앞두고 백 농민에게 물대포를 쐈던 한모, 최모 경장이 청구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다음날에는 당시 현장지휘관이었던 신모 총경도 이어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청구인낙서는 피고가 원고가 제기한 청구를 모두 인정하고 승낙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말한다. 물대포 사고가 발생한지 1년 반 만에 피고가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다른 피고인 대한민국의 소송대리인들 역시 “아직 원고 측과 직접적인 협의 절차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내부적 검토를 원활하게 하고 있다”며 “소송 수행자가 대한민국의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만 경찰들의 청구인낙서 제출이 있었던 만큼 대한민국 입장을 조속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측은 당황스러운 내색을 숨기지 못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전체적인 손해배상 내역을 검토하고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는데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인낙서를 제출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기일을 변경해 청구 취지를 정리하고 차후 남아있는 피고들에 대한 입증계획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피고 측에서는 “급여 압류될 생각하고 청구 인낙을 결정한 것이고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변경되더라도 금액에 대해 다툴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또 다른 원고 측 변호인은 “사실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이고 청구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며 “어떤 상황에서 물대포를 쐈고 그 상황에 대해서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피고들이 정말로 원고들에게 사죄할 뜻이 있다면 법정에 나와서 있는 그대로 증언함으로써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진정한 사과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원고 측 변호인은 “고의나 과실의 정도를 가리는것뿐만 아니라 국가배상 책임을 밝히는데에도 개별 경찰관들의 신문은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증인신문 진행을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고심 끝에 “증인신청서를 일단 제출하면 채택 여부는 재판부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원고 측이 아직 손해배상 내역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피고인 일부가 청구인낙서를 제출했고, 대한민국 역시 청구인낙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확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족 측은 한 경장에 6000만원, 최 경장에 5000만원을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에 따르면 청구인낙서의 효력은 기존 청구금액에 한정된다.
다음 변론기일은 다음달 10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한편 검찰은 이번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이달 중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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