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의 대상이었던 일본 제조업의 추락"… 고배제강 스캔들까지 겹치며 우려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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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7-10-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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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에만 치중하는 경영 문화 등이 원인

고베제강 임원들이 지난 8일 제품품질 데이터 조작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일본 고베제강 스캔들의 파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일본 3위의 철강회사인 고베제강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도나 내구성에 있어 고객들이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품을 공급해왔다고 밝히면서 사죄의 뜻을 밝혔다. 

고베제강은 품질을 조작한 제품을 항공기 관련 업체와 자동차 업체 등 약 200개에 달하는 기업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 스바루 등 일본의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의 항공기 제조회사인 보잉 역시 고베제강으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파는 커지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자체 조사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위산업 관련 제품에도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고베제강의 품질조작 스캔들이 최근 연이어 터진 일본 대규모 제조업체들의 '부정' 스캔들 뒤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FT)는 10일 "최근 이어지는 각종 스캔들은 일본 제조업체의 품질 검사와 관리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에는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닛산이 무려 100만대가 넘는 자동차 리콜에 들어갔다. 무자격자가 완성차의 브레이크 등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미쯔비시 자동차가 연비조작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일본의 자동차 산업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다카다 에어백 역시 제품 불량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리콜에 나서야 했다. 앞서 2015년에는 아사히 카세의 건설 자회사가 요코하마시에서 건설 공사를 하면서 다른 공사 데이터를 도용해 사용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블룸버그는 "한때 다른 기업들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경쟁력 있었던 일본의 제조기업들이 최근 잇따른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집권한 이후 기업 경영 개선에 대한 요구는 많았지만, 대부분은 이익 개선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기업의 윤리적 경영과 투명성 등에는 초점이 덜 맞춰졌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아베딘 인베스트먼트의 구보타 케이타는 "이런 일(조작 스캔들)이 주기적으로 폭로되고 있다"면서 "일본만 지목하는 것은 공정치 않겠지만, 투자자들은 기업이 감사와 경영을 제대로 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회사 파산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도쿄 쇼코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본의 상장회사들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회계 건수는 이전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정과 관련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 것은 일본이 자정 작업에 제대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위즈덤 트리의 대표인 제스퍼 콜은 "지금의 시스템이 다른 시기보다 더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일본은 규율 준수에 매우 엄격한 편이다"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들어 연달아 대규모 스캔들이 터지는 또 다른 이유로 2006년에 도입된 내부고발자 해고방지법의 영향, 모든 기업의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면서 관리당국에 부정 자료를 이메일로 쉽게 보낼 수 있게 된 점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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