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필요한 대외적인 신용도와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높이기 위해 국내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 알리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월가 한국 투자 설명에서부터 김동연 부총리의 해외 금융권 방문이 안정적인 ‘바이 코리아’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고강도 제재국면 속에서 장기전 채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등 잠재된 대외변수가 골칫거리로 남는다. 또 고질적인 국내 정치권의 반목을 극복할 혜안 마련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1~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이 기간 중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S&P,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을 만나 국가신용도 등급의 안정적인 유지를 당부할 계획이다.
국가신용도가 나빠질 경우, 차입금리가 높아지며 투자여건이 어려워진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이전에는 신용등급이 상향됐다가 한순간에 신용등급이 하락, 외국으로의 자본유출이 상당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미국 월가에서 한국 투자설명회에 직접 나서며 투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월가에서 한국 대통령이 직접 투자유치 설명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이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취임 후 첫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를 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지원사격 역시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살려내는 데 힘을 보탰다.
당시 간담회에는 미국·유럽연합·중국 등의 주한상공회의소와 한국쓰리엠, 존스콘트롤스, 이케아, BMW, 미쓰이물산, 보잉, 오라클 등 업종별 주요 외국인투자기업이 참석했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에 대한 분위기 역시 차츰 개선되고 있다는 산업계의 체감도에서도 온기가 전해진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를 차별하지 않는 법을 강화해갈 것이라며 범정부적인 바이코리아 유도정책에 보폭을 맞췄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안타까운 심정이며, 한국 시장에 투자하면 수익이 생길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 투자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의 3%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발길을 돌리려는 외국인을 붙잡아놓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처럼 비교적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코스피 시장은 지난 10일 문을 열자마자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덕분에 급등세를 보이고, 11일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증시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것이다.
반면 아무런 도발 없이 김정일 총비서 추대 20돌 축하행사를 진행한 북한은 잠재적인 위협변수에 대한 우려감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자칫 단 한 차례의 추가도발이나 핵실험만으로도 국내 경제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 한 인사는 “정부 인사들이 글로벌 신평사와의 만남을 통해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해달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평가가 좋아질 일은 만무하다”며 “글로벌 신용등급은 단순히 경제상황만을 놓고 따지는 것이 아니어서 일부 긍정적인 지표만 보고 격앙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불안정한 국내 정치상황이 국가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경제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부의 적폐 청산에 맞서 야권의 보복국감이 예고되며 경제구조개혁이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모적인 갈등구도를 만들기보다 현실적인 경제정책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이렇다 보니 안정적인 글로벌 인지도를 쌓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북핵 위협과 국내정치 등 변수 영향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 신용도 문제가 한순간에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외 관계에서 대표성을 띤 만남 이후에도 실무적인 접근을 통해 국가 신용도와 브랜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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