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한국노총 지도부가 24일 청와대 간담회 및 만찬 회동을 통해 노사정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복원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노총은 문 대통령이 노사정위 1차 회의를 주재해 힘있게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사실상 노사정위 복귀를 선언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만찬 회동 종료 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5시30분부터 6시15분까지 노동계 대표단을 초청해 본관 접견실에서 비공개 환담을 가진데 이어 6시30분부터 7시55분까지 본관 충무실에서 만찬을 갖고 노동 현안에 대한 폭넓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이 최근 노사정 '8자 회의'를 통해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자고 제안한데 대해 "대화 복원에 공감한다"면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정위원회와 노사정 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가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오늘 문 대통령과 노동계의 대화가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제안한 8자회의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한다"며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문제 뿐 아니라 주거, 교육, 사회안전망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8자 회의가 마치 대통령이 나와야한다거나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오해돼 바로 잡는다"며 "노사정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위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출범시키기 위해 대표자 회의 같은 것을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나 8자회의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여러 대화의 틀을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할 수만 있다면 여러 틀을 동원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이 문을 처음 여는 데 대통령께서 힘을 실어서 열어달라"며 "첫 노사정위원회 만큼은 대통령이 참석해주시면 훨씬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제안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가 출발해서 잘 진행된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필요한데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의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 강행처리에 반발해 노사정위를 탈퇴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그간 노동정책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다"며 "그로 인해 노동계 전체로 보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많이 떨어졌고, 노동자 개개인의 삶도 아주 나빠졌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졌고, 양극화도 아주 격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우리 사회를 비정상적으로 만든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를 위해 했던 공약들을 전부 다 지킬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는 대통령이나 정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함께 해주셔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노동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노동분야에서 새 정부의 국정 목표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역시 대통령과 정부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계가 함께 해주면 훨씬 많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 면에서 노동계와 정부가 입장은 달라도 큰 목표는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노동계와 함께하고 협력을 얻어야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국정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고, 노동계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협력하고 또 대통령을 설득해내야 노동계가 꿈꾸는 세상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만남은 노·정이 국정의 파트너로서 관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출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회의 입법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가장 바람직하나, 여의치 않으면 대법 판결이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등 여러 대안이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이 일·가정의 양립, 저출산 고령사회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노총 지도부가 만찬 참석을 거부한 데 대해 "노동계가 다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음 기회에는 같이할 수 있는 자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주영 위원장도 "같은 노동가족으로서 민노총이 함께 했으면 우리도 든든하고 힘이 났을 텐데 아쉽다"며 "민노총이 함께할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2부 만찬엔 한국노총 지도부를 비롯 윤영인 핸즈식스·고암에이스 화성지역노조 위원장, 김영숙 국회환경미화원 노조위원장, 허정우 SK하이닉스 이천 노조위원장,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상 한국노총) 등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안병호 영화산업 노조위원장이 참석했고, 미가맹노조로는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준이 사회복지유니온 위원장이 함께했다.
안병호 위원장은 영화 스태프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영화 및 비디오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실효성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요청했고, 허권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업 구조조정에 대비한 노사정 협의채널 구축 등을 제안했다.
류근중 위원장은 버스업종의 장시간 근로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등의 조속한 입법을 희망했다. 윤영인 위원장은 야근 등 장시간 근로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행정해석 폐지를 추진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청 뒤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노사정 공동의 노력과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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