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적 사회·경제 개혁인 '비전 2030' 선포에 이어 거액을 투자, 북서부 사막 지대에 요르단과 이집트를 잇는 미래형 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유가 전쟁 속 탈(脫)원유 모델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경제전문매체 쿼츠, CNBC 등 외신의 2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무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제1 왕위 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콘퍼런스에서 "향후 수년간 5000억 달러(약 563조 9000억원)를 투입해 첨단 기술을 실험·개발할 수 있는 인공도시 '네옴(NEOM)'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인공도시가 들어설 입지로는 사우디 북서부의 홍해 일대 사막과 산악 지대가 유력하다. 사우디와 이집트, 요르단 등 3국을 잇는 대규모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자금은 사우디 정부 재정과 국영 공공투자펀드(PIF), 외국 투자 유치 등으로 마련한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 등에 협력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네옴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미래 지향적 주거·사업용 도시 모델이다. 로봇 산업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 등 전 세계의 유수 첨단 기업을 유치해 첨단 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석유가 풍부한 나라지만 네옴에서만큼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시도한다. 배달·돌봄 서비스 등의 단순 반복 작업 등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한다.
사우디의 기존 규제와 제약을 벗어날 것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네옴의 특징이다. 쿼츠 등 외신은 "네옴 홍보 동영상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 스포츠웨어를 입고 조깅을 하거나 남성 옆에 나란히 앉아 연구에 임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등장한다"며 "차별 등 어두운 기존 이미지 대신 미래지향적인 차기 사우디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빈살만 왕세자가 미래형 도시 건설 계획을 전 세계 기업 관계자 등 3500명이 모인 포럼에서 공개한 데에는 정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젊은 국가 경영' 비전을 강조하려는 복안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빈살만 왕자는 이 자리에서 "향후 30년을 파괴적인 사상에 대처하면서 낭비할 수는 없다"며 "(네옴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창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이번 계획이 유가 하락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모델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지난 6월 제1 왕위 계승자로 올라선 빈살만 왕세자는 2020년까지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간 사우디에서 금기시됐던 여성 운전 허용과 사회 진출, 관광 사업과 일자리 창출 등의 분야에서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게 그 이유다.
한편 사우디는 비전 2030의 세부 계획 중 하나인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늦어도 2018년 하반기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아민 알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아람코 IPO는 당초 일정대로 내년, 늦어도 하반기에 완성할 것"이라며 IPO가 2019년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시장의 관측을 일축했다.
아람코 IPO는 아람코 지분을 매각해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PIF)를 조성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각종 규제와 부딪치는 등 난관이 이어지면서 최근 비관론이 불거졌다. 사우디 측의 구상대로 IPO가 실현된다면 그 규모가 사상 최대인 1000억 달러(약 112조 7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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