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환노위 국감이 진행됐다. 이날 국감은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1호 모델인 인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었다. 17년 간 공사 정규직 절반도 되지 않는 열악한 임금과 용역업체의 갑질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며 인천공항을 세계 1등 공항으로 만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확대에 정치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권리보호는 외면하고, 노동자 착취해 온 용역업체 편들어주기 바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주역이었던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비뚤어진 간접고용 체제의 핵심인 용역업체 비호에만 골몰했다. 그들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회복할 것인가는 구체적으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계약 중도해지로 인한 용역업체의 피해’ 문제만을 정일영 사장에게 추궁하면서 스스로 적폐세력임을 드러냈다.
하태경 의원은 ‘용역업체 직원 빼돌리기’라며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난했다. 인천공항 현장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은 계약기간 동안만 용역업체 소속이다. 계약이 끝나면 노동자들은 남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온다. 하태경의 말대로라면 계약이 끝나면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을 다른 사업장으로 데리고 가야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전체 60개 용역 모두가 그러하다. 정일영 사장 답변처럼 용역업체 사장은 3년 내내 한 번도 현장에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전문성도 없다. 업체가 파견하는 2-3명 관리자들은 현장에서 10년 이상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인천공항 운영을 배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공사가 책정한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100% 전부다 지급하지도 않는 경우도 많다. ‘용역업체 직원 빼돌리기’ 논리는 누워서 떡먹기이던 수십억 이윤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용역업체들의 억지 주장이고, 하태경은 그것을 앵무새처럼 읊조린 것이다.
▶임이자(자유한국당) ‘용역업체들이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아우성’, 현실은 ‘불필요하게 지출되던 국고와 국가의 역할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비정상의 정상화’
임이자 의원은 노동계(한국노총) 출신임이 의심될 정도로 용역업체 편들기에 나섰다. 중도 계약해지로 인해 용역업체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용역업체들이 말하는 재산권은 업체가 챙겨가는 7%의 이윤이다. 모용역의 경우 3년 간 약 1,000억여원의 계약금액 중 최소 약 70억원의 이윤을 관리자 2-3명 파견해서 챙겨간다. 어디에 쓰이는지 공개조차 하지 않는 일반 관리비 3%도 눈 먼 돈이다. 900억원의 노동자 임금 중 일부가 업체로 흘러들어가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하다.
지난 17년 동안 이렇게 용역업체 배불리기에 들어간 돈만 수천억원이다. 용역업체 이윤은 국가의 역할을 민간에 넘겨 불안전한 공항을 만든 부정의한 대가일 뿐이다. 정일영 사장이 답변한 것처럼 계약을 중도해지하면 오히려 나머지 기간 소요되는 이윤을 국고로 남길 수 있고 배상금을 지급해도 남는 장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정일영 사장의 “직접고용 경쟁채용” 발언 정부『가이드라인』 위배하는 심각한 문제
“직접고용(청년선호일자리)은 채용절차를 반드시 경쟁채용으로 한다”는 답변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정규직 전환 전반을 논의하는 노사전협의회에서 위와 같은 내용이 합의된 적이 없다. 가이드라인은 ‘기존 노동자 전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직접고용 업무가 청년선호 일자리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아직 정해진바가 없기 때문이다. 자회사로 유도하기 위한 언론플레이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또 정일영 사장은 대통령과 국민들,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천공항 노동자 1만명에 대해서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만약 경쟁채용을 한다면 누군가는 해고 되어야 한다. 전환이 아니게 된다. 또 인천공항 현재 정규직 전환 대상 노동자들은 평균 근속년수가 7~8년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해고되면 노동자뿐 아니라 베테랑 노동자가 없어지는 인천공항에도 손해다. 인천공항 안정적 운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노동자들은 경쟁채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철회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없다.
▶정치권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정확하게 파악하고,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 경청해야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정규직 전환 정책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확대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뤄지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다. 국감은 지나갔지만 정치권은 노사전협의회에서 약자인 비정규직들의 의견 수렴이 잘 되고 있는지, 정규직 전환이 공공기관 역할 정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중요한 쟁점들이 수두룩하다. 정치권은 앞으로 이에 대한 의견 수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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