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교보생명에 이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도전한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교보생명과 달리 흥국생명은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흥국생명의 신용등급이 낮은 편이라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어 자칫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5억달러(한화 56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이날부터 런던을 시작으로 홍콩, 싱가폴 등에서 해외 로드쇼를 진행한다. 로드쇼는 다음달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흥국생명이 과감히 해외 자본조달에 나섰으나 성공여부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사뭇 냉정하다. 철저한 준비를 갖추고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던 교보생명과 달리 흥국생명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시각에서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8년부터 9년 동안 무디스나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국제 신용등급을 받아왔다. 매년 꾸준히 평정을 받으면서 등급을 관리해온 결과 지난해부터 'A1(Stable, 안정적)' 등급을 획득했다. A1 등급은 무디스의 신용평가 체계 중 다섯 번째 등급이며, 삼성전자와 골드만삭스 등이 A1 등급에 속해 있다.
흥국생명은 올해 처음으로 평가를 받은 결과 'Baa1' 등급을, 신종자본증권 등 후순위 자본증권에 대해서는 'Baa3' 등급을 받았다. Baa3 등급은 무디스 체계 중 투자 가능한 평가 등급으로 가장 낮다. 결국 교보생명이 장기간 준비를 해왔던 반면 흥국생명은 처음으로 평가받은 신용등급으로 해외 자본조달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발행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발행금리가 3.95%였던 것을 감안해 흥국생명의 발행금리가 5%를 넘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조달한 자본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이자를 더 많이 내야하는 역마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가 5%이나 자산운용수익률이 4%에 불과하다면 1%의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역마진이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건전성이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6월 말 기준 흥국생명의 자산운용수익률이 3.78%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마진 우려를 잠재우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발행금리가 5%를 넘게 되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발행을 취소해버리면 그동안 돈과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흥국생명은 올해 상반기 후순위채 발행을 한 차례 취소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에 발행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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