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137개국 중 26위로 나타났다. 4년 연속 제자리다. 고용·해고 관행은 88위, 인재를 유치하는 국가능력은 42위에 그쳤다. 인적자원 역량이 가장 중요한 나라에서 정작 고용과 인재 유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용과 채용 부문의 낮은 경쟁력 이면에는 이른바 학벌로 대변되는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풍토가 큰 영향을 미치며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질에 맞는 전문성을 키우기보다 사회적 평판이 좋은 학벌을 만들고 이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스펙을 쌓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간 ‘실력’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 제도의 경우 직무능력에 초점을 맞춰 개인 능력을 평가, 신입직원 직무 적합도와 만족도 등을 높여 기업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올 하반기 공공부문 전체에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 또한 실력, 즉 직무능력에 초점을 맞춘 채용 제도다. 사회에 만연한 출신학교·출신지·외모·연령·성별 등 편견적 요소를 제거하고 역량 중심으로 구직자 실력을 평가해 채용하자는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학력이나 나이 등을 가리는 것은 채용 때 고려해야 할 지적능력과 성실성 등의 정보를 제한하고, 경험과 경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규 구직자에 대한 역차별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8년 슈미트와 헌터의 연구에 따르면 직무면접이나 직무지식 시험에 비해 학력이나 나이 등의 조건은 직무수행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블라인드 채용의 제대로 된 시행과 정착을 위해서는 학력 정보를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빙성 있는 역량 정보를 제공할 구직자 실력 평가법 등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구직자 직무능력 평가 기준을 좀 더 명확하고 자세하게 제시해야 한다. 둘째 지능지수(IQ) 측정에 지나지 않은 인적성검사 대신 합리적인 평가법을 도입하고, 셋째 기업의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시대, 한국경제가 또 한 번 도약하려면 새 경제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인력을 채용할 수 있게 채용 방식을 변화시키는게 필요하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력을 제대로 키울 수 있게 교육훈련 내용과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으로 채용 관행을 개선할 블라인드 채용 제도의 신속한 안착을 위해 정부·기업·대학 등 사회각계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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