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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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입력 2017-1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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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민주정부 3기에서는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필자는 지난달 16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부산과 창원의 민주항쟁기념사업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부마민주항쟁의 뜻을 기리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38년이 지난 지금도 불의에 항거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 때문에 수배자로 몰려 몇 개월을 피신해 다니다가 붙잡혀 보안대에서 36일간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초를 겪었던 일이 생생하게 떠올라 몸서리가 쳐진다.

1979년 부마항쟁 당시 부산 동아대학교 정외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필자는 부마항쟁에 참여해 주동자로 몰려 보안사에 강제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삼청교육을 받는 등 고초를 겪다가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과 마산 등에서 유신체제에 항거해 일어난 민주화 운동으로 박정희 유신시대의 종말과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각종 시국사건과 관련된 민주인사들을 강압적으로 체포·구금·연금을 하던 박정희의 유신체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로 당선되자 김영삼 의원직 제명안을 변칙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켜 의원직을 박탈하는 등의 행동을 함으로써 유신 독재체제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1979년 10월 15일 부산대학에서는 민주선언문이 배포되었고, 16일에는 동아대학교 재학생을 비롯한 5000여명의 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해 시민들이 합세한 가운데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16일과 17일에도 '유신체제타도'와 '정치탄압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어졌고, 18일과 19일에는 마산과 창원으로 확산됐다.

10월 20일 정부는 마산과 창원 일원에 위수령을 발동해 505명을 연행하고, 59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신독재 정권은 10월 26일 부마사태의 수습책을 둘러싸고 권력의 심장부에서 격렬한 언쟁을 벌이다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유신정권의 끝을 앞당긴 부마민주항쟁이 발생한 지 올해로 38주년이 된다. 하지만 아직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피해보상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유신 잔당들에게 맡겨져 고양이 앞에 생선을 던져준 꼴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진상규명위원회는 친박 인사들 일색으로 구성됐고, 이들은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부마민주항쟁 38주년 기념식에서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은 "부마항쟁은 박정희 유신독재를 전면 부정한 사건인데 독재를 찬양하고 부역한 사람들이 항쟁 진상을 조사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부마민주항쟁 첫 희생자로 확인된 유치준 동지의 아들은 "아버지는 38년이 지나도록 부마항쟁 희생자가 아닌 신원미상 사망자로 남아 있다"고 증언하며 "형식적인 조사로 3년을 보낸 진상규명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4·19 정신을 계승한 부마민주항쟁은 유신독재를 종식시켰으며, 7개월 후인 1980년 5월 광주항쟁으로 이어졌다. 이후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고, 지난해 이맘때 쯤에는 촛불혁명을 촉발하기에 이르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마민주항쟁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통령이 내년 개헌 때 광주항쟁과 부마항쟁 정신을 새 헌법에 담을 수 있도록 하고, 부마항쟁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역사적인 사실을 직시하고 바로 잡을 때 밝은 미래가 약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촛불로 하나된 국민의 염원을 담아 출범한 이번 민주정부 3기에서는 유신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부마항쟁의 진상이 밝혀져 희생자들과 가족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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