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꼼수' 보험사들 자본 감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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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7-11-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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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면서 '회계 꼼수' 계정재분류를 단행했던 보험사들이 자본 감소 위기에 처했다. 저금리 장기화를 예상하고 보유하던 채권의 분류 기준을 변경해 지급여력(RBC)비율을 손쉽게 끌어올리려 했으나 오히려 대규모 평가손실 위험이 발생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계정재분류를 단행했던 현대라이프생명과 DB생명 등은 향후 오랫동안 자본 감소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진다. 실제로 금통위 내부에서도 6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의견이 나왔다. 해외 투자은행(IB) 10곳 중 7곳은 한은이 이달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기준금리 인상을 반기고 있다. 현재 저금리 장기화로 운용자산수익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계정재분류를 단행한 몇몇 보험사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자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면서 만기까지 보유할 증권(만기보유증권)과 중도에서 매각할 증권(매도가능증권)을 구분한다. 만기보유증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해 변동성이 적으나, 매도가능증권은 분기별로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이익이나 손실이 자본에 즉각 반영된다. 보통 장기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해왔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 현대라이프생명 등 10여개 보험사는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는 계정재분류를 단행했다. 금리 인하 시기에 매도가능증권을 다수 보유하게 되면 평가이익이 발생해 간단하게 자본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게 되면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해 자본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계정재분류를 RBC비율 제고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평가해왔다.

상황이 변했다고 당장 매도가능증권을 축소할 수도 없다. 금융감독 당국은 보험사가 계정재분류를 단행할 경우 3년 동안 신규 운용자산을 매도가능증권으로만 분류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즉 계정재분류를 단행한 보험사는 향후 3년 동안 금리 인상에 의한 자본 축소 리스크를 감수해야한다.

지난 2014년 하반기 계정재분류를 단행했던 한화생명은 올해 초 매도가능증권을 다시 만기보유증권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반면 지난해 계정재분류를 단행한 현대라이프생명이나 DB생명 등은 2019년 하반기까지 위험을 짊어져야 한다.

다만 보험사가 국제회계기준(IFRS9)을 서둘러 도입하면 이 같은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IFRS9은 보험사 자본을 시가평가하는 제도로, 철저한 대비 없이 호락호락 도입하기 쉽지 않다. 현재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를 제외하면 IFRS9을 도입한 보험사는 전무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도 저금리가 계속된다는 전망이 강했기 때문에 공짜로 RBC비율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한 보험사가 너도나도 계정재분류를 단행했다"며 "하지만 금리가 오르게 되면 자본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후의 수단인 계정재분류가 너무 남용된 면이 있다"며 "보험사들이 꼼수를 쓰다 자기 발등을 찍은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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