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의 마지막 임무는 조직의 뒤를 캐려는 법조계 라이징스타 최대식(이희준 분) 검사를 협박하는 것. 그는 성 접대 영상을 이용해 대식을 궁지로 내몬다. 하지만 그는 조직에 불만을 품은 상훈을 이용해 악에 찬 복수를 시작하고 각기 다른 욕망을 품은 세 사람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자신의 욕망을 지키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은 점점 더 격렬해진다.
영화 ‘미옥’(제작 ㈜영화사 소중한·배급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은 이안규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비롯해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까지 명감독들의 조감독으로 실력을 쌓은 이 감독은 “누아르 장르에서 소모되지 않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보고”자 ‘미옥’을 기획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감독의 목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미옥’은 여성 누아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이 극의 중심에 있는 것이 여성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이 감독은 판단은 다소 안일했다.
여성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초반 5분가량 보여지는 성 접대 장면은 불필요할 만큼 자극적이고 직접적이다. 또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지나치게 폭력적이지만 여성의 반발은 미미할 정도로 약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깔끔한 마무리도 기대하기 힘들다. 여성 캐릭터를 위한 서사나 인물·구조·액션도 없고 현정이 벌이는 고군분투는 밋밋하고 소극적이다. 오히려 극 중 이인자 상훈의 시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 감정이입에 더 큰 도움을 준다. 상훈에게 할애한 묘사·시점 등이 극의 주인공인 미옥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주연 배우인 김혜수와 이선균의 연기는 꽤 만족스럽다. 두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희준 역시 궁지에 몰린 최대식 검사를 거친 질감으로 표현해냈다. 다소 성긴 영화를 빽빽하게 채우지는 못했지만 세 배우의 조합은 다시금 만나고 싶은 여운을 준다. 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90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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