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를 담은 영화 ‘재심’을 비롯해 1919년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도쿄로 건너가 투쟁했던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박열’, 1980년 5월의 광주를 세상에 알린 ‘김사복’ 택시운전사의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택시운전사’와 2004년과 2007년에 있었던 ‘왕건이파’와 ‘흑사파’ 사건을 엮은 ‘범죄도시’까지. 실화 소재의 영화들은 흥행은 물론 작품성까지 입증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12월 극장가에도 실화 소재의 영화가 개봉을 준비 중이다. 6월 항쟁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이 바로 그 주인공.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하게 되었는지 담아낸다.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박처장(김윤석 분)의 주도로 경찰은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최 검사(하정우 분)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장 감독은 지난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30년밖에 안 된 역사를 다루는 영화라 아직 살아계신 유족분들을 비롯해 1987년 피땀 흘리셨던 분들에게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굉장히 조심하면서 만들었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느끼시길 바란다”며 그 시절을 철저히 분석하고 영화에 사실적으로 담아냈는지 설명했다.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의 태도 역시 진중했다. “이 영화는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김윤석의 말은 일종의 선언처럼 들리기도 했다. 김윤석을 필두로 하정우, 유해진, 박희순, 이희준, 김태리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고 이들은 철저한 자료 수집과 캐릭터 분석으로 실존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하지만 ‘1987’은 단순히 실화 소재에 의미나 가치를 둔 영화는 아니다. “시나리오가 재밌었다”고 배우들이 입을 모아 말한 만큼, 탄탄한 시나리오와 플롯을 자랑하고 있으며 기존의 문법에 갇히지 않은 영화 세계를 가진 장 감독의 예측할 수 없는 영화적 재미, 다이내믹한 매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거기에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까지 풍성한 매력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오는 12월, ‘1987’이 ‘택시운전사’와 ‘박열’, ‘범죄도시’ 등 실화 소재 흥행작들을 뒤따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