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장애인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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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 이사장 무의(장애인콘텐츠제작 협동조합)
입력 2017-12-0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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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탈무드에서는 아이를 사랑한다면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장애아를 키우며 항상 아이에게 ‘고기 잡는 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한다. 내가 소속된 협동조합 무의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를 만들고 있다. 
 
무의는 지도 자체가 필요함을 공공부문에 설득하고 인식 개선 캠페인도 하고 있다. 지하철에 휠체어 환승을 위한 표지판이 있고 적재적소에서 도움을 준다고 가정해 보자. 지도 자체는 무의미해지나 훨씬 더 좋은 변화다. 더 나아가 장애인에게 엘리베이터를 양보할 수 있는 시민의식 개선과 제대로 된 장애인 표지판이 필요함을 지하철 운영업체에 알리는 게 훨씬 더 오래 걸리지만 꼭 필요한 활동이다.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루려면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1회성 선심성 복지예산보다 복지 인프라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1회성 기부보다는 그 기부가 필요한 사람에게 맞는 환경 조성이 더 중요하다. 장기적 변화를 목표로 사회 내 진정한 임팩트(영향력)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을 ‘소셜임팩트’라고 부른다.

현재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중 상당수는 단순 1회성 기부금이 대부분이다. 다만 최근 기업들도 사회공헌에 소셜임팩트를 도입하고 있다. 회사 역량을 통해 수익성은 낮지만 공익상품이나 서비스 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잘 짜인 소셜임팩트 프로그램일수록 단순히 ‘퍼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나 회원, 이용자 등 기업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참여하도록 기업의 비즈니스 역량과 아주 밀접하게 연계한다. 그래야 해당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기업 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글로벌 숙박예약사이트 에어비앤비는 자원봉사-여행을 결합한 ‘소셜임팩트 투어’ 코너를 운영 중이다. 페이스북은 재해, 테러 등이 발생했을 때 안부를 묻고 구호물자를 쉽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만든다.

무의 이사장직 이외에도 필자는 이베이코리아에서 소셜임팩트 업무를 맡고 있다. 대표적 소셜임팩트 활동 중 하나는 ‘투게더’라는 정보소외계층 오픈마켓 창업교육이다.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서 10여년간 오픈마켓 판매교육생이 누적 32만명을 기록할 정도인데, 원래 회사 내 판매교육 인프라가 있어 가능했다.

최근 뜻깊은 일도 있었다. 10년 전 옥션 장애인 창업스쿨 출신 농아인 판매자가 이베이코리아 특별상을 받았다. 파워셀러가 된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농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전국적 교육을 5회나 진행한 공로였다. 장애인 오픈마켓 교육만큼 더 뜻깊은 일도 있다. 이베이코리아 농아인 교육에는 수화통역 외에도 수화를 못하는 농아인들을 위한 자막통역도 제공한다. 이제 이베이코리아 판매자 교육 담당자들은 어떤 공공행사를 가든 ‘자막통역의 필요성’을 주최측에 알리고 요구하는 눈높이를 갖게 됐다.

연말은 기업기부, 공공기관의 소외이웃돕기 행사가 넘쳐나는 때다. 무엇이 되었든 1회성 기부나 행사 등 그저 ‘물고기 잡아주기’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 기부나 행사를 마중물 삼아 ‘물고기 잡는 방법’을 통해 진정한 소셜임팩트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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