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당분간 약(弱)달러 정책을 펼칠 것으로 공언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까지 떨어졌다.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8.6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보다 11.6원이나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원 내린 달러당 1065.0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점차 낙폭을 키웠다. 낮 12시 45분 원·달러 환율은 최저가인 1057.9원에 거래됐고,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므누신 장관의 약달러 지지 발언이 나온 뒤 미국 달러인덱스는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달러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인덱스는 전날 대비 0.95% 내린 89.26을 기록했다. 통상 달러인덱스가 80포인트 수준대에 진입하면 '장기 달러 하락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반된다.
그동안 달러화 강세를 지지해온 미국 정부가 약 25년 만에 입장 전환 신호를 보임에 따라 수출 분야 등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감도 번지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미 지난해 10%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약 3% 하락세를 보이는 등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추가 달러 약세 우려에 불을 지핀 것은 므누신 재무장관의 '약달러' 지지 발언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러 약세를 환영한다"며 "트럼프 정권이 지향하는 무역 확대 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무역 및 기회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달러 약세는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강(强)달러' 우선 정책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어서 시장 관계자들에게 적지 않은 파장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1995년부터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지적에 따라 강달러 우선 정책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달러 강세가 유지됐다.
므누신 장관이 "달러 강세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힘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앞으로도 제1의 통화가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진화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약 18년 만에 다보스포럼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기반으로 무역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힐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경선 당시부터 미국의 수출 확대를 위해 달러화 가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도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24.23포인트(0.95%) 오른 2562.23을 기록했다. 장 마감 직전인 오후 3시 16분께 2564.43을 찍으며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도 경신했다.
전날보다 1.04포인트(0.04%) 내린 2536.96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이날 연거푸 신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증시 상승과 달러 약세에 힘입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00억원 넘는 순매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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