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뉴욕 타임스’는 베트남 전쟁과 관련 미국의 거짓말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한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기밀을 담은 문서를 세상에 폭로한 것이다.
순식간에 미 전역은 발칵 뒤집어지고,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한다. 이에 경쟁지인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 벤(톰 행크스 분)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걸고, 결국 4천 장에 달하는 문서를 쥐게 된다.
그는 미 정부가 개입해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 분)은 회사와 자신을 건 일생일대의 선택 앞에 놓인다.
영화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형태 안에 각자의 용기, 각자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빼곡하게 담아낸다. 그들 각자의 용기와 선택이 이뤄낸 민주주의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선물한다.
시종 객관적이고 담백한 시선으로 인물과 상황을 바라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지점. 극 중 인물들이 마주하는 고민과 갈등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되 이들의 심정을 함부로 상상하지 않았다. 영화는 2016년 개봉한 ‘스포트라이트’를 연상케 만드는데, 자칫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긴장감과 서사가 조화롭게 느껴진다. 또 영화 말미 터지는 카타르시스는 관객들에게 엄청난 쾌감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믿고 보는 배우’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의 열연도 눈여겨볼 부분. ‘철의 여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한 메릴 스트립은 극 중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을 맡아 인물이 가진 고민과 갈등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또 톰 행크스는 열혈 편집장 벤 역을 통해 극의 무게감을 더하고, 실화 영화로서의 힘을 보탰다. 오는 28일 개봉. 러닝타임은 116분,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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