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의를 전격 수용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5월 안에 개최될 예정인 이번 회담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AF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거운동 행사를 위해 펜실베이니아로 출발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나는 북한이 무척 잘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엄청난 성공(tremendous success)을 거둘 것이다. 우리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을 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들은 비핵화를 얘기했다”면서 “그러므로 매우 좋을 것”이라며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행사장에서도 북·미 대화 이슈를 꺼내들며 "이제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이름을 언급했을 때 객석 일부에서는 야유가 터져나왔지만 그는 "무척 긍정적일 것이다. 회담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보자"며 "전 세계 국가를 위해 가장 위대한 타결을 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 열강들은 대화 분위기로의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자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을 여는 것은 양측 모두에 좋은 일"이라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실현하기 위해 확고히 힘쓰겠다"고 말했다고 중국 국영 중앙(CC)TV가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나오자 허겁지겁 4월 초 미국 방문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북·미 대화를 두고 "국제사회가 고도의 압력을 계속 가한 성과"라고 강조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일본이 배제되는 '재팬 패싱' 상황에 무척 당혹해하는 눈치다. 일본 내부에서도 압력 일변도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화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올 초까지 두 정상이 인신공격성 말폭탄과 전쟁불사 발언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것을 감안할 때 예상치 못한 반전이라는 평가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세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은 북·미 정상회담 결정을 '엄청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역사적 돌파구를 만드는 결실을 맺을 수도 있겠지만,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물 건너 가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수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었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 보좌관들과 상의하지 않고 회담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이 9일 성명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쉽게 제안을 수용했다는 비판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성이 가져올 변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회담은 엄청난 기회다. 그러나 대통령의 예측불가성과 원칙의 부재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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