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안보협정을 매우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어, 우리의 동맹국이며 위대한 국가인 호주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어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오는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무역 제재를 가하는 수단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도 강력한 우방 관계라는 점 때문에 면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당장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안보라인과 경제라인의 의견이 미묘하게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라인은 혈맹이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은 당연히 관세 면제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 상무부 등 경제라인은 선뜻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수입시장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수출 물량이 많은 데다 한국은 중국산 수입이 가장 많은 나라라 상당수 물량이 '환적' 형태로 미국에 재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는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국 중 하나이지만 세계 철강 시장에서 수출은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미국에 3억1000만 달러 규모의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출하는데 그쳤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얽힌 복잡한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는 점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액은 32억6000만달러를 기록, 전년보다 2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만 따지면 호주보다 10배 이상 많다.
안보 분야에서는 수출 1위 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우리나라 통상당국은 대미 수출 품목 중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며 작년 중국산 철강 수입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는 점 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14년 대비 31.5% 감소했으며 미국 시장 점유율도 1.1%p(포인트) 줄었다는 점도 제시하고 있다.
협상 대상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에 업무가 폭주하고 있어 우리 의견을 진지하게 미국 측에 전달할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결정 발표 이후 영국, 일본, EU, 중국, 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USTR 등 미국 측과의 협상에 일제히 달려들고 있다.
미국은 중요한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가 철강 공급과잉 등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를 경감 또는 면제해주겠다고 밝힌 상태라 어느 나라가 더 큰 '당근'을 제시하는지가 관건인 상황이다.
철강의 경우 세부 수출 품목이 100∼200개에 달하고 업체별, 나라별로 관세 부과 수준이 달라 USTR은 이에 대한 세부 분석에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USTR로서는 나프타 협상 타결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철강 면제국 선정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주변 상황도 USTR로서는 급할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원칙을 밝힌 이상 굳이 서둘러 철강 면제국 선정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23일 이전까지 USTR은 각국 실무진과 구체적인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까지 협상이 잘 안 풀리면 관세를 물어야 하지만 미국이 협상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기에 이후에도 협상 여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형편이라 방미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11일 귀국해 여러 부처와 의견 조율 등을 통해 향후 협상 전략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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