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행정부는 지난달 23일,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단행했다. 미국은 중국의 백색가전 최대 수출지역으로,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주목된다. 대형 제조사들은 이미 미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업계 전문지는 “중소 가전업체들은 막대한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시행된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적용 품목을 확대하는 형태로, 수입 냉장고·세탁기·건조기·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오븐 등 ‘파생제품’까지 대상에 포함했다. 철강관세는 6월 들어 기존 25%에서 50%로 상향 조정된 바 있다.
중국 전자업계에 있어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중국기계전자제품진출입상회 산하 가전분회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백색가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8% 증가한 1286억 4000만 달러(약 18조 6600억 엔)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대미 수출은 7.6% 증가한 235억 1300만 달러로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2위인 일본(75억 3400만 달러, 1.9% 증가)과 큰 차이를 보였다.
대형 제조사들은 이미 중국 외 국가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 경제지 ‘차이징(財經)’에 따르면, 하이얼(海爾集団)은 미국에 11개 공장을 보유하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고, 연간 생산능력은 약 1000만 대에 달한다.
또 미데아(海爾集団), 하이센스(海信集団), 주하이거리가전(珠海格力電器)은 지난 4월 미중 간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미국 매출 비중이 낮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히는 등 이번 추가관세 발동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의존도가 높은 중소 가전업체들은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업계 전문지(家用電器)는,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소형 가전은 “부가가치가 낮고 수익률도 낮다”고 지적하며, 여기에 원자재비와 인건비, 물류비에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제품당 수익이 0에 가까워지거나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화시(華西)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추가관세 대상이 된 식기세척기나 건조기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 “단기적으로 수출 증가세가 억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세탁기처럼 미국 수출 비중이 낮은 제품군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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