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해 북·미 간 물밑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회담 개최지 선정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회담 개최지로 '중립 장소' 선정 난제
CNN은 트럼프 행정부 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들을 인용, 북·미 회담 준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두 정상이 어디에서 만날지를 정하는 일이라고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회담 의제나 대표단 구성 등도 계속 논의 중이긴 하지만 북·미 양국은 회담 개최지 선정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회담 장소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만큼 양국은 북·미 어느 한쪽에도 쏠리지 않는 중립적 장소를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측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도시를 아시아와 유럽으로 한정할 방침이다. 앞서 워싱턴, 베이징, 서울, 평양 등도 논의되긴 했지만 이미 배제됐거나 가능성이 낮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미국에서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17일 말한 바 있다.
동남아시아 중에서는 싱가포르·베트남·태국이 거론되며,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스위스와 스웨덴도 후보지에 속한다. 앞서 몽골 울란바토르도 거론됐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선정할 때 북한의 의견을 존중해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19일자 사평에서 북한이 원하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는 평양과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내 도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나 몽골 울란바토르 순으로, 북한의 마지노선은 판문점이라고 전했다.
사평은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자신의 응당한 합법적 권익을 쟁취해야 하는 만큼 회담 장소를 고르는 데 있어서 될 수 있는 한 자신의 의견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시작부터 미국의 기세를 누르고 공평한 대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이러한 심리를 미국도 고려해야 한다고 사평은 주장했다.
사평은 평양이 어렵다면 북한은 아마도 베이징이나 중국의 다른 도시를 대안으로 내놓을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 세계에 북한이 국가안보 측면에서 고립돼 있지 않으며 중국이 북한의 합리적 요구를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평은 이어 중국의 도시도 어렵다면, 북한은 러시아 영향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제안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은유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안전상으로도 보장받을 수 있는 울란바토르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평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스웨덴이나 스위스 등 서방국 도시 개최는 김 위원장의 안전 보장이나 협상 지위 측면에서 볼 때 북한에 불리한 만큼 북한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세계적 성공 위해 뭐든지 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와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전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우리는 남북한이 안정과 번영, 평화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이는 그렇게 많은 일을 겪은 한국민에게 마땅한 일이며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게 해결되길 바란다. 아주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말했듯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비핵화를 이뤄낸다면 북한에는 밝은 앞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회담을 결렬시킬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강경한 협상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지 않으며 결실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회담에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회담에서 결실이 없으면 각각 (회담장에서) 나와서 우리가 해온 것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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