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상은 이날 담화문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했다.
담화문은 볼턴 보좌관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담화문은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 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 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라고도 했다.
북한의 반발은 볼턴 보좌관이 최근 인터뷰 등을 통해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으며 비가역적인 핵폐기 이전에는 보상이 없을 것이라는 협상 원칙 등을 다시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부상의 담화문은 최근 평양을 두 차례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일각에서는 대북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이 단계적인 보상을 언급한 반면 볼턴 보좌관이 완전한 비핵화 후 일괄 보상을 강조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이견이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직접 협상에 나서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보다 볼턴 보좌관의 언급이 보다 원칙적이고 강경한 것이 사실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경우 비핵화에 따른 미국 기업의 투자 등을 밝힌 반면 볼턴 보좌관은 핵개발 시설, 장비 등의 미국 이전 등에 초점을 맞춘 언급을 최근 했었다.
김 부상의 담화문은 보다 강경한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는 볼턴 보좌관의 협상안을 견제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단계적인 보상안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도 북한이 담화문을 통해 볼턴 보좌관의 협상안보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안을 선호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볼턴 보좌관은 부시 정부 시절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배제된 적이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북한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한 협상 방안을 견제하기 위해 담화문을 발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볼턴 보좌관과 같이 기존 미국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와 실제로 어떤 협상안을 제시할 것인지 주목된다.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비핵화의 달성이 어려워 일정 수준에서 단계적 보상이 이뤄지는 타협안이 제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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