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스토리-마화텅④]카카오톡 흉내낸 위챗, 10억명의 삶을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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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입력 2018-05-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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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교체기에 QQ쇼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카피캣의 귀재 마화텅은 그때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시리즈 전편에 썼던 마지막 질문이다. 이 물음은 마화텅의 혁신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환기시킨다.
 

[마화텅]



# 그가 바라본 것은 카카오톡이었고, 그것의 무한한 확장성이었다

그가 바라본 것은 모바일 기반의 메신저였다. 당시 막 떠오르고 있던 왓츠앱과 카카오톡이었다. 왓츠앱은 2009년 5월에 나온 것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유럽과 인도, 남미까지 인기를 끌어 6억명 이상이 쓰고있는 글로벌 메신저다. 페이스북이 190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왓츠앱의 특징은 메신저의 '기본 충실'이다. 빠르고 간결한 메시지 전달 기능만 제공한다. 처음엔 유료였지만 페북이 인수한 다음 무료가 됐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에 출시됐는데 한국 내 이용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카카오톡은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이후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다. 무료 음성통화와 영상통화를 제공한다. 거기에 사진, 동영상, 음성 메일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대일 및 그룹 채팅 기능을 지원한다. 그룹통화 기능(그룹콜)과 좋아하는 주제의 친구추가하기 기능(플러스친구 서비스)도 있다. 카카오톡의 친구목록은 전화번호와 카카오계정 등 두 가지를 기반으로 계정이 생성되기에 연락처 목록으로 친구를 추천해준다. 카카오스토리(SNS), 카카오페이(간편결제), 카카오게임, 카카오택시, 카카오뮤직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 카톡의 2대주주가 된 마화텅, 1년뒤 '중국형 카톡' 위챗을 내놓다

1세대 모바일 메신저는 메시지 전달이 중심이었지만, 카톡은 메시지 네트워크에 기반한 무한한 확장에 주목함으로써 오프라인 비즈니스 영역을 침투하기 시작한다. 마화텅은 카톡의 이런 점에 '필'을 받았다. 카카오톡이 출범하던 그해인 2010년에 카톡에 7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3.3%를 가진 2대주주가 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1년 1월에 '위챗(We Chat, 微信(웨이신))'을 선보였다.

카톡에 투자하고, 카톡의 DNA를 심은 자체 모바일 메신저를 내놓는 그의 더블 플레이 작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또한 ICQ 소송 트라우마가 작동한 것일까. 짝퉁 전략을 쓰기 위해선 '진본'과 끈끈해질 장치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을까.

# 우리는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위챗 발표 1년 뒤 한 인터뷰에서 마화텅은 카카오톡을 모방한 사실을 이렇게 고백했다. "한국은 (모바일 메신저 등 디지털 영역에서)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마화텅은 카카오톡을 교과서로 삼았지만, 그 모방 위에 새로움을 입히기 시작한다. 그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표현한다. 중국판 카카오톡이라 불렸던 위챗은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전송과 그룹 채팅을 할 수 있는 메신저로 출발했으나 출시 이후 1년간 매달 한 차례 이상 업데이트를 해서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말하자면 카카오톡이 추구한 확장의 길을, 중국인들의 니즈에 맞게 과감하고 빠르게 응용하며 걸어간 것이다.
 

[청소년 캠프에서 강연하는 마화텅.]



# 세뱃돈까지 바꾼 위챗페이의 위력

위챗이 발빠르게 발전시킨 것은 위챗페이였다. 중국인들은 위챗페이 하나로 거의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다. 결제나 송금은 물론이고 호텔 예약, 택시 호출, 음식 배달, 항공료 지불, 의류 쇼핑 등 전방위에 걸친 기능이다. 중국은 설날에도 세뱃돈이 오가는 것이 아니라 홍바오(紅包)라고 불리는 붉은 색 봉투 이모티콘이 오간다. 이른바 위챗 새뱃돈이다. 계좌로 돈을 보내는 것보다 위챗을 통해 보내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현금이나 카드 없이 위챗 하나로 불편함이 없는 '위챗 생태계'가 이 메신저의 위력을 그대로 말해준다. 카카오톡이 카카오페이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것을, 위챗은 중국의 13억 인구 시장의 힘을 활용해 일찍이 성공시키면서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사용자 5천만명을 넘겼고 1년8개월 만에 2억명이 이용하는 메신저로 도약했다. 2018년 현재는 월간 실사용자 10억명을 헤아린다.

# 바보야, 먼저 한 게 중요한 게 하니라 필요한 게 중요한 거야

PC기반의 다른 모바일 메신저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가운데, 위챗을 우뚝 서게 한 비밀은 뭘까. 이미 서비스의 효용이 확인된 선발주자의 기본틀을 발판 삼아, 중국인 사용자의 욕망을 정확히 읽어내고 새로운 서비스로 그때그때 심어낸 마화텅의 '능동적 짝퉁'의 힘일 것이다.

"바보야, 중요한 것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사용자들이 좋아하느냐의 문제야." 그는 세상에 이렇게 외치고 다니는 셈이다.

위챗의 행진은 진행형이다. 마화텅은 2018년 홍콩으로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위챗페이 홍콩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위챗페이가 글로벌화를 시도하는 장면이다.

# 인터넷 혁명 속의 모든 기회들이 텐센트의 길

이쯤에서 마화텅의 한 마디를 다시 듣는다.

"인터넷은 '전기'와 닮았습니다. 전기는 먼저 불이 들어왔지만 그 이후 모든 삶을 바꿨죠.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처음엔 간단한 소통이었지만, 갈수록 일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인터넷이란 동력원은 계속해서 기회를 창출할 것이며, 그 기회가 바로 텐센트의 기회이며 길입니다. 지금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다고 너무 고민하지 마십시오. 인재가 있고 하고자 하는 사업이 편의성을 갖췄다면, 곧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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