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중국 대륙이 '불량백신' 사건으로 들썩이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A. 지난 15일 중국 지린성 창춘의 백신제조업체인 창성(長生)바이오가 인체용 광견병 백신 생산데이터를 조작해 처분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시작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요. 해당업체가 생산한 디피티(DPT,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이 공개된 것이죠. DPT는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익숙한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입니다. 내 아이에게 불량 백신을 접종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실제로 22일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백신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동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3개월된 아이인데요. 부모는 올 초 창성에서 생산한 백신을 접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가 기침을 했고 결국 백일해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Q. 중국 사회 표정은 어떤가요?
A. 당연히 분노했죠. 네티즌과 부모들을 중심으로 민심은 들끓고 중국 지도부와 당국, 언론은 민심 다독이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단 창성바이오 웹사이트가 해킹공격을 받았습니다. 메인화면에 이를 꽉 물고 주사를 맞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붉은 색으로 "너를 혼내지 아니면 조국의 꽃봉오리(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라는 글이 떴죠. 사진 밑에는 "내가 이렇게 용기를 냈는데, XX 아무 효과도 없다고?!"라는 멘트가 작은 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조롱한 것이죠. 중국 부모들은 홍콩 등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거 '분유파동'에 이어 '백신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홍콩언론이 지적하기도 했죠. 베이징 등 곳곳 병원의 전화벨도 계속 울리고 있습니다.
당국과 관영언론은 연일 '엄중한 처벌'과 '철저한 관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물론 해외 순방 중인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라"고 주문했죠. 당국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재까지 창성바이오 관계자 15명이 공안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은 물론 창춘시, 심지어 산둥성 인민검찰원까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죠.
Q. 이번 백신사태에 대한 중국 사회의 분노 수위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A. 중국 사회가 크게 분노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중국에서 영유아와 관련 식품·의약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을 아직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당시 중국의 한 분유에서 화학성분인 멜라민이 검출됐죠.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6명의 영아가 사망했고 30만여명이 신장결석 등에 걸렸습니다. 충격을 받은 소비자들은 분유업계에 등을 돌렸습니다. 불신과 분노는 수입분유에 대한 믿음이 됐고 미국, 홍콩 등지에서 중국 부모들의 '분유 사재기'가 화제가 됐죠. 이 외에 2010년과 2016년에도 불량백신 문제가 불거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사건'이 발생한 것이죠. 쌓여있던 분노가 터진 셈입니다.
또, 이렇게 엄청난 사실을 당국이 제대로 공개하거나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이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분노는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죠. 당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진행한 조사에서 해당 백신의 문제점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죠.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지금 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아직도 뿌리가 깊은 정경유착 등이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언급되면서 '부패'에 대한 반발심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당국이 부과한 벌금이 340만 위안(약 5억6400만원)에 그친 것도 의혹을 부채질했죠.
Q. 문제를 일으킨 기업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A. 창성바이오의 관련 제품 생산라인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앞서 말했듯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회장 등 주요 임원진이 구속됐고 주가도 폭락했죠. 선전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창성바이오 주가는 지난 13일 24.55위안에서 24일 13.05위안으로 떨어졌고 이에 절반에 달하는 124억6300만 위안(약 2조669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됐죠. 25일에는 거래를 중단했고 26일에는 공시를 통해 종목명을 창성바이오에서 'ST창성'으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ST는 적자지속 기업 등 특별관리가 필요한 종목에 붙는 것으로 투자자에게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하반기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 뻔한 상태로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었습니다. 1992년에 설립된 창성바이오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은 52%, 순이익은 32%가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죠. 하지만 봄날은 끝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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