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강원도 춘천의 한림대에서 펼쳐진 '표창원의 대한민국 100주년 캠프'에서 심용환 역사N연구소 소장은 불쑥 물었다.
위안부 리스트가 존재하나요?
리스트가 없다면, 20만명의 근거는 뭘까. 심 소장은 일본의 어느 학자(요시미 요시야키, 일제의 독가스를 연구하던 학자)가 종군위안부의 숫자를 알아내기 위해 일본 방위성 문서를 뒤졌다고 말해준다. 1995년 그는 몇 개의 문서에서 군속(군에 종사한 모든 근무자) 30명당 위안부 1명이란 자료를 입수한다. 이를 근거로, 위안부의 교대율을 감안하여, 20만명이란 숫자를 추산한다.
병사 몇명당 위안부 몇명이었다는 문서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이나 과연 위안부들이 어느 정도 기간 복무했으며 교대 근무가 되었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 이걸 '교대율'이란 변수로 넣어서 계산했다. 교대율이 높아지면, 추산되는 숫자도 훨씬 커지게 된다. 요시미 요시야키는 교대율을 2로 잡았지만, 다른 일본 학자들은 1.5로 낮춰 잡는다. 중국의 한 학자는, 교대율을 4로 잡아, 41만이란 숫자까지 '비극의 규모'를 확대해놓기도 했다. 심 소장 또한 중국학자의 의견에 동의를 표한다. 교대가 잦았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미있는 문제제기를 한다. 20만이란 숫자는 '리스트'가 아니라, 어림잡은 계산이다. 숫자가 많을수록 충격이 더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숫자만 가지고 흥분하는 일은 역사를 너무 감정적으로 이해하고 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그의 반문이다. 최소한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메커니즘을 아는 게 중요하며, 20만명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팩트'가 아니라 추산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 말 뒤에 얹는다. 사실은 100만명일 수도 있다. 역사를 단면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고 분노하는 우리 사회의 히스테리컬한 태도에 대한, 나름의 야무진 태클이었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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