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의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관련 조항이 사실상 미국산 부품 구매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를 북미시장 생산거점으로 삼아온 자동차업계는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이번 협정에서 역내 부품조달 비중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62.5%에서 75%로 높이기로 했다. 또 부품의 40~45%는 시간당 16달러 이상인 지역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임금조항'을 신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멕시코 자동차업계 임금이 시간당 7달러 수준이라며, 이는 미국산 부품 구매를 강제하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새 협정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돼 2023년에 전면 실시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협상 타결 소식을 발표한 지난 27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 주가는 3.2~4.8% 올랐다.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미국·멕시코 무역협정으로 자동차업계가 관세폭탄을 면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폭탄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해왔는데, 이번 합의로 멕시코산 자동차는 대상에서 빠질 전망이다.
지난해 현재 멕시코는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이자, 4위 수출국이다. 멕시코가 수출하는 자동차의 75%는 미국시장에서 팔린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의 13.6%가 멕시코산이었다.
멕시코가 자동차대국이 된 건 미국시장의 생산거점으로 부상하면서다. 미국은 최근 중국에 밀리기 전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었다. NAFTA의 일원인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인건비가 저렴해 북미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최적의 생산거점이 됐다.
GM,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는 물론 일본 토요타, 닛산, 혼다, 독일 폭스바겐, 아우디, 한국 기아차 등이 이미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협정이 자동차 가격 인상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산 부품 비중을 늘리든, 멕시코의 인건비가 오르든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폭탄관세 부담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산업 메카 디트로이트 현지 매체인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무역협정 때문에 새 차 가격은 오르고 중고차 수요가 늘게 됐다고 꼬집었다. 중고차 수요가 늘면 신차 수요가 줄어 자동차업계에는 또 다른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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