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9월을 맞아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이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비핵화 협상이 유엔총회 등 외교 일정이 몰려 있는 9월에 중대 분기점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5일 대북특별사절단을 평양에 파견해 북미간 비핵화협상을 중재하고 촉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 특사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오는 5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1차 대북특사단의 명단과 동일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폼페이오 4차 방북-3차 남북정상회담-2차 북미정상회담-남북미중 종전선언으로 이어지는 구상을 상정해 추진해왔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로드맵이 꼬였다.
청와대는 대북특사 파견 목적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것이 그 못지않게 중요한 목표다. 무엇보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 리스트 제출에서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전격 취소된 이후 북한의 공식 입장이나 반응이 나오지 않던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북미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북한이 우리의 대북특사 제안을 한 나절도 안돼 수락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지면, 특사는 미국과의 견해차를 좁혀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미국과 적극적인 태도로 비핵화 협상에 나서라는 뜻을 전달할 확률이 높다.
일각에서는 특사단의 방북을 통해 남북의 생각이 맞아떨어진다면 취소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특사단의 방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둬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북한과 미국 간 상당한 수준의 타협을 견인할 수 있다면 9월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간 의지에 따라 북한이 폐기할 수 있는 핵 프로그램 시설의 신고·검증을 약속하고 반대급부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보장하는 형태의 일정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정권수립기념일인 9·9절에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전격 방북해 북중 간 동맹을 강화한다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책임을 중국 측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논리에 중국의 입김이 닿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9월 중순께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재차 확인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좀 더 구체화한 비핵화 로드맵과 종전선언 계획을 놓고 논의를 진전시킬 확률이 높다.
4·27 판문점선언 당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 간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지만, 의견차를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유엔총회까지는 불과 1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이달 중순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토대로 하순에 뉴욕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 간 견해차를 조율하는 방안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중재자·촉진자’로서의 문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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