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만났다.
이들은 오는 12일 오후 개관 30주년을 맞이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듀오 콘서트를 개최힌다. 지난 1일 경기 고양에서의 첫 협연 이후 구리, 진주, 여수, 강릉을 거쳐 종착지에 이르렀다.
6년 전 진주와 과천에서의 협연 이후 두 번째 만난 정경화와 조성진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정경화는 10일 예술의전당 리허설룸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70년 간 함께 연주했던 많은 피아니스트 가운데 기억에 남는 피아니스트는 한 손에 꼽는다"며 "조성진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놀라웠다"고 밝혔다.
무반주 곡을 제외하고 바이올린 연주에서는 피아노 파트너가 제일 중요하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극찬이다. 조성진은 음악적으로 성숙하고, 즉흥적이며 창의적이라는 게 정경화의 설명이다.
그는 "무대에서 연주를 할 때 얼마나 즉흥적이고 창조적인지가 중요하다"며 "제 연주 스타일이 그렇기 떄문에 피아노 파트너와의 호흡이 더욱 중요하고, 조성진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 잘 만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성진은 "저도 무대에서 항상 똑같이 연주하는 게 싫다"며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면서 재미있었고, 값지고 귀한 시간이었다"고 화답했다.
과거 바이올린과의 듀오 경험이 없어 긴장했던 때와 달리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조성진은 또 정경화에 대한 고마움도 내비쳤다.
그는 "고민이 생기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조언을 구하면, 선생님은 본인의 일처럼 신경을 써주셨다"며 "감히 멘토라고 할 수 있는 분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뭘 해야 할지 보다 뭘 안 해야 할지를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3년 동안 제가 가장 하기 힘들었던 것은 거절하는 일이었는데 별 사고 없이 잘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경화는 후배들을 다독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올 연말까지 예정된 공연을 마치고 잠시 휴식에 들어간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도움되는 건, 어느 면으로든 도와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능을 타고난 조성진의 앞으로의 성장은 옆에서 감사하게 지켜보면 될 일이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공연에서 이들은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7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이 중 프랑크 소나타는 조성진이 6년 전부터 정경화와 협연하길 원했던 곡이라는 후문이다.
정경화는 "프랑크 소나타는 오랜 시간 연주했는데 이렇게 여러 차례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건 귀한 경험이다"며 "서로 음악적으로 자극이 되고, 흥미로운 연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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