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로켓맨'은 없었다. 대신 '과감한 결단'을 내린 지도자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하면서 달라진 북·미 관계를 강조했다. 1년 전만 해도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북·미 관계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자 2차 북·미 회담 개최와 종전 선언 가능성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 주목..."연내 종전 선언 여부 나올까"
트럼프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며 "김 위원장의 결단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정권이 일부 핵시설을 폐쇄하고 핵실험을 중단하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로켓맨', '미치광이' 등의 거친 표현이 오가는 등 첨예하게 대립했던 양국 관계가 6월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했으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과 미국이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잇따라 보여줌에 따라 연내 북·미 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폭스뉴스는 "최근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문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 진전된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빠르면 연내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2차 북·미 회담 장소는 판문점과 서울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왔다.
북·미 간 외교장관급 대화 성사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인 포린 폴리시 등 현지 언론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4일 취재진에게 "머지 않아 방북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만큼 외교장관급 대화의 조기 성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할 것"...한반도 비핵화 의지 강력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외에도 장기 억류됐던 미국인 석방, 6·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등을 언급한 뒤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변화를 치하했다. 다만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북·미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가 없다는 '선(先)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금까지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의 목표치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우호적으로 전환된 북·미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에 따라 국제사회에도 강도 높은 대북 제재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유화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북한 측도 경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성 신임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총회장 뒤쪽에서 진중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청취하고 실무자도 발언을 속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에는 당시 북한 대사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사실상 연설을 보이콧했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조연설에서 현 정부 핵심 어젠다인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항상 우리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며 "세계주의 이념 대신 애국주의 원칙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정에 합의한 것을 앞세워 무역 협정 개정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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