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라는 초대형 대어를 놓친 홍콩증권거래소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등 소위 신경제 유니콘 유치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성과도 있었다. 올 들어 많은 기업들이 줄줄이 홍콩 증시를 선택하면서 기업공개(IPO) 기준 역대 최고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혁신 기업 중 상당수가 다시 미국으로 고개를 돌리는 분위기다. 계속되는 상장에 따른 경쟁 가열과 중국 증시 전반에 드리워진 먹구름에 홍콩 증시를 향한 기업들의 열정도 사그라들고 있다고 21세기경제보도가 27일 보도했다.
글로벌 회계법인이자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홍콩 증시에서 총 158개 신주가 발행되고 총 조달액은 2434억 홍콩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49%, 184%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중국 토종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스마트홈 시장을 넘보고 있는 거대 유니콘 샤오미가 홍콩에 상장했고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 체인점인 하이디라오, 음식 배달 등 온라인 생활서비스 제공업체인 메이퇀도 홍콩 증시에 둥지를 틀었다.
올해 1~8월 홍콩 증시 상장을 신청한 기업만 240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급증한 것으로 이중 195개 기업이 상장 신청서를 거래소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 IPO 수는 늘었는데, 성과는 '기대 이하'
하지만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일단 홍콩 증시에 눈독을 들이며 빠르게 움직이는 대다수 기업은 신경제 분야에만 집중됐다. 그 외 분야 기업의 상장 열기는 뜨겁지 않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4개 기업이 홍콩 메인보드 상장 신청을 철회했고 20개 기업은 원칙상 상장 승인을 받았음에도 유효기간 내 상장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는 최근 중국 증시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 중국 경제가 안정을 유지하고 상장사 실적도 양호한 편이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 긴축 기조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올해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도 내리막길을 탔다. 이와 함께 신규 상장사의 성적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올 1~3분기 홍콩 메인보드에 상장한 기업의 첫 거래일 평균 투자수익률은 17%다. 이는 지난해의 18% 대비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소위 '대어'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6일 상장한 하이디라오는 장 중 10% 급등하며 19.63 홍콩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결국 힘이 빠져 발행가와 비슷한 17.82 홍콩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이디라오 보다 앞서 상장한 메이퇀의 주가는 일주일도 되기 전에 하락 전환했다. 메이퇀은 첫 거래일에 발행가 대비 5.29% 상승 마감했지만 4거래일 이후인 26일 마감가는 68.8 홍콩달러로 발행가 69홍콩달러 대비 0.3% 오히려 하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의 한 펀드 관계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신규 상장사의 IPO 첫날 주가가 발행가 보다 하락한 비율은 20~40% 정도를 유지해왔다"면서 "올해는 총 140개 상장사 중 40개 기업 주가가 발행가 밑으로 떨어져 비율이 30.7%에 이른다"고 밝혔다.
홍콩 증시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상장하는 기업 수가 늘어나고 이에 투자자도 신중해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신규 상장사를 향한 요구치는 높아졌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신규 상장사 중 주가수익비율(PER)이 10~20배인 기업이 전체의 41%로 지난해의 25% 대비 16%p나 늘었다. 반면 20배 이상인 기업은 38%로 지난해 대비 8%p 감소했다.
◇ 다시 미국 증시로 고개 돌리는 중국 기업들
중국과 홍콩 증권 당국이 혁신 기업의 회귀와 유니콘 기업 유치를 위해 문턱을 낮추면서 다수의 기업이 중국과 홍콩 증시로 몰려드는 듯 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 중국의 굵직한 스타트업이 다시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올 1~3분기 중국 대표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아이치이,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다크호스 핀둬둬, 전기차 제조업체 니오(웨이라이 자동차) 등이 26개의 중국계 기업이 미국 증시를 선택했다. 모집액은 74억 달러다. 이는 모두 전년 동기대비 136%, 517%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고 동시상장 관련 제도와 체계가 불완전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는 "올 1~3분기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첫거래일 투자 수익률을 살펴보면 금융 기업의 경우 80%, 하이테크 종목은 19%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증권 당국이 중국증시예탁증서(CDR) 발행 등으로 동시 상장의 문을 열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미국 현지 투자자와 기관의 장기 투자를 이끌기 쉽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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