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이 사라지기는커녕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굵직굵직한 대기업부터 작은 코스닥 상장사, 심지어 아파트나 유치원까지 회계장부 조작을 저질러왔다.
정부도 심각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회계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기념하려고 10월 31일을 '회계의 날'로 만들기도 했다.
29일 아주경제가 만난 최종만 한국공인회계사회 선출부회장(신한회계법인 대표)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 외부감사법이 회계업계에서 제기해온 모든 바람을 담지는 못했지만, 회계 투명성을 높여줄 것이라 믿었다. 물론 회계업계도 스스로 정화에 나서야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회계의 날 국가기념일로 정해야"
'제1회 회계의 날' 기념식은 오는 3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10월 31일은 새 외부감사법을 비롯한 회계개혁 3법을 공포한 날이다.
공인회계사회는 이를 기념하려고 얼마 전 정기총회에서 해마다 10월 31일을 회계의 날로 제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회계산업 위상을 제고하고, 회계인을 신뢰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다.
최종만 부회장은 "앞으로 회계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정해지고, 정부 포상도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식은 모두 3부로 나누어 연다. 회계의 날 선포식과 회계인 명예의 전당 헌액식, 회계의 날 기념 세미나가 예정돼 있다. 올해 헌액인으로는 신찬수 전 공인회계사회 회장과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이 선정됐다.
세미나에서는 '남북 회계 협력 기본방향'을 주제로 강연이 열린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물론 유관기관과 경제계, 학계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한다.
◆"새 외감법 갑을관계 없애줄 것"
새 외감법은 오는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최종만 부회장은 "갑을관계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힘줘 얘기했다.
새 외감법은 기존 ‘자유수임제’를 ‘주기적 지정제’(자유수임 6년 후 지정감사 3년)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면 지정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래도 주기적 지정제로 회계 개혁에 첫발을 디딘 것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는 자유수임제 때문에 기업과 감사인이 각각 갑과 을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지정제를 도입하면 기업이나 감사인도 의식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최종만 부회장은 "주기적 지정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하는 낯선 제도이지만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앞으로 꾸준히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계업계가 아쉬워 하는 대목도 적지 않다. 감사인 손해배상책임기한이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최종만 부회장은 "실무 경영진이 8년이라는 기간 동안 관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런 부분은 차츰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회계인도 행동강령 엄격히 지켜야
회계업계는 스스로 '김영란법' 격인 '공인회계사 외부감사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회계사가 기업을 감사할 때 지켜야 할 지침이다.
행동강령은 구체적이고 엄격하다. 예를 들어 감사 계약기간에는 감사인과 피감기업이 각자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골프장과 유흥주점에 갈 수 없다. 부당한 감사보수를 요구하거나 불분명하고 과다한 자료를 요청해서도 안 된다.
행동강령은 내년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공인회계사회는 행동강령 위반행위 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신고 처리는 윤리위원회에서 맡는다.
최종만 부회장은 "충분한 계도기간이 필요해 내년 4월부터 행동강령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며 "행동강령이 엄격하고 까다롭지만 회계인 스스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계업계 안에서 젊은층은 행동강령을 환영하는 편"이라며 "다만 대외영업이 많은 큰 회계법인 파트너(임원급) 사이에서는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주기적 지정제는 이런 영업에 대한 부담도 상당 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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